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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3. 2018

사소한 글쓰기(44) 내가 사랑한 [삽질]들

혼자하는 글쓰기 5권

삶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지만 가끔 숨 쉴 수 있는 구멍도 필요합니다. 전 그게 삽질 또는 딴 짓 혹은 로망이라고 생각하는데 세 가지 모두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봅니다. 제가 한 삽질들이 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삽질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에피소드(1) 웹툰 로망


당신은 웹툰을 좋아하나요?란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서 충족시켜야 할 요소가 하나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일별 찾아보는 웹툰이 있다. Yes or No. Yes라고 답변할 경우 웹툰을 좋아하는 부류라고 볼 수 있죠. 저 또한 요일별 찾아보는 웹툰이 있습니다. '대학일기'라던가, '노곤하개', '극한견주' 등 일상 개그툰을 좋아하며, '홍차 리브레'나 '1인용 기분'같은 담담한 에세이툰도 좋아합니다.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웹툰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한데 웹툰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어떻게 이런 반전을!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하며 감탄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웹툰 작가들이 더 대단해보이고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한 번 그려보았습니다. 종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걸 모나미 플러스 펜으로 두껍게 정리한 다음 연필 밑그림은 지웁니다. 그러면 깔끔하게 모나미 플러스펜으로 그린 선만 남지요. 그걸 스캔해서 포토샵으로 불러들여와 색깔을 입히면 완성입니다. 생각해보니 처음 시작한 것은 색연필로 그린 후 스캔 업로드 끝이었네요. 


2009년 퍼맵양의 현실타파 

2010년 쌩뚱클럽 

2011년 인문감성 웹툰 

2012년-2016년 1인기업 생존웹툰 


예전에 그렸던 웹툰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주 미묘하지만 그림체가 다듬어진 것도 눈에 보입니다. 많이 그리진 않았고 웹툰 별로 적게는 11화에서 많게는 30화까지 그렸네요. 종이에 연필로 그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갤럭시탭도 그렇지만 아이패드의 펜은 정말 갖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웹툰에 대한 로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웹툰으로 그려보고 싶은 콘텐츠도 있고, 글과 그림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스타일 코칭에 집중하는 것도 모자라 혼자하는 글쓰기라는 전자책을 5권(원래 기획이 50가지 주제라 그런 거지만)까지 쓰고 있고 틈틈이 웹툰도 기웃거리니 누군가는 '한 가지만 제대로 하라며'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네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도 표현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거라고 핑계를 대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남았습니다. 바로 작사작곡입니다.


에피소드(2) 자작곡 흑역사


작사작곡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어느 순간 노래를 한 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할 일이 드럽게 없었던 어느 날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가사를 붙여 흥얼거리는 것을 녹음했고, 한 마디 한 마디 녹음된 것을 들어보고 기억했다가 1절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1절 가사를 적어놓고, 리듬과 멜로디를 맞춰 2절 가사를 적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곳이 한 7곡 정도 되는데 제가 흥얼거리면서 가사만 적을 줄 알았지 그걸 코드로 만드는 재주는 없어서 아직 연주를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사실 같이 밴드 했던 오빠가 코드를 만들어 줬는데 너무 고난이도의 코드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 그나마 2가지 곡 정도는 어떻게 끼워맞춰 기타 코드를 만들었는데 제가 만든 곡이 '띵까띵까' 반주가 되는게 신기로웠습니다. 


코천이라는 반려견을 키우는데(3살까지 같이 키우다 독립) 확실히 영감을 주는 존재?가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예술?적 감성이 피워올랐습니다. 아직 애기였던 시절 항상 제 몸에 붙어 자고 싶어해서 다리 위에서 자거나, 배 위에서 잘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노래로 써보면 어떨까해서 만든 곡이 '편해보여'입니다. 


<편해보여>

https://youtu.be/CIMXFV-QZ9o 


편해보여 그렇게 곤히 자는 널 보니

편해보여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너

편해보여 내가 니 침대라도 되는 줄 알아

정말 편해보여 오늘만 봐줄까?


편해보여 드르렁 푸쉬 자는 널 보니

편해보여 눈꺼풀 가지런히 감은 너

편해보여 세상의 평안 다 가진 듯한 니 그 표정

정말 편해보여 확 깨워버릴까?


그렇게 자면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자니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야 내가 널 좋아해도 이건 좀 심해

이제는 좀 일어나

잠꼬대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


두번째는 '나를 사랑하는 다이어트 송'입니다. 맛있는 걸 신나게 먹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는 모토에 맞게 먹는 건 좋아하지만 날이 갈수록 동그래지는 배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죠.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고충과 응원을 담아 작업해보았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다이어트 송>

https://youtu.be/cFkqI2cWjLE 


어느날 밥을 먹다가 말야

반찬을 흘렸는데 글쎄 

가슴이 아닌 배위에 흠칫

옴마나 이걸 어쩌면 좋아   


지방이 탄다 꿀렁 탄다 꿀렁 턱 팔뚝 허벅지 배 그리고 등

근육이 탄탄 볼록 탄탄 볼록 나를 사랑하는 다옅 바앙법

어느날 길을 걷다가 말야

핸드폰 떨어뜨렸는데 (그런데~) 

허리가 접히지 않아 흠칫

O라인 뱃살 어쩌면 좋아


지방이 탄다 꿀렁 탄다 꿀렁 턱 팔뚝 허벅지 배 그리고 등

근육이 탄탄 볼록 탄탄 볼록 나를 사랑하는 다옅 바앙법


하지만 이 길은 나에게 너무 가혹한 길인걸

그래도 난 할 수 있어요.

그대가 날 응원한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며

요요없이 폭식없이 운동하며 다옅할래요.


네 좀 유치하지만 근본없이 만든 자작곡치고는 마음에 듭니다. 꽤 오래전에 만들었고 지금은 자작곡 세포가 많이 사그라든 상태지만 아직 기타 코드를 따지 않은 5곡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쯤 연주가 가능한 '쉬운 코드'로 변환이 가능할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흑역사 보장이 가능한 자작곡 본능을 유지하고는 싶습니다. 나중에 4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았을 때 '이거 옛날에 내가 만든거야'라면서 부끄럽지만 깔깔거리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소재가 된다면 지금의 흑역사쯤은 좀 생성해도 괜찮지 싶습니다.


(1) 내가 사랑한 삽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해보자.

(2) 좋아하는 웹툰이 있다면 그 이유와 장르를 소개해보자.

(3) 내 예술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 뮤즈?가 있다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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