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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2. 2018

사소한 글쓰기(43) 공공 [화장실] 잡담

혼자하는 글쓰기 5권

* 이번 화는 다소 비위생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에피소드(1) 변기 뚜껑을 닫는 이유


저는 쫌 궁금한 게 많습니다. 남들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들이 궁금합니다. 사실은 제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제 생활 패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여자 화장실에는 거의 좌변기가 있습니다. 좌변기에는 뚜껑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공 화장실의 좌변기 뚜꺼이 닫혀 있는 비율이 늘어난 겁니다. 처음에는 열려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지만 모든 좌변기의 뚜껑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뚜껑을 열어야 한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뚜껑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참혹?한 광경을 목격할 비율이 높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한 7:3 의 비율로 말이죠. 


처음엔 왜 물을 안 내릴까? 생각했습니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요. 고민이 깊어질수록 이해의 폭은 넓어졌습니다. 변기 밸브를 3초이상 꽉 누르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길 확률이 높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는 여인들에 대한 원망은 제쳐두고 다시 변기 뚜껑에 대한 고찰로 돌아가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닫혀 있는 변기 뚜껑을 여는 것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변기 뚜껑을 여는 에너지를 추가로 써야 합니다. 변기 뚜껑을 닫지 않는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변기 뚜껑을 닫는 것일까.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변기 물이 튀기 때문에 위생상 뚜껑을 닫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디선가 좌변기보다 변기물에 세균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변기 뚜껑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필요해서 만든 것인데 제가 변기 뚜껑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변기 뚜껑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인가 하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려다 다시 정신을 차립니다.


남자들은 모를 수도 있는 여성들의 화장실 비밀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좌변기에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최대한 닿지 않게 자세를 취한 다음 볼 일을 본다는 것입니다. 20대 때 그런 사실을 처음 알고 엄마한테 핀잔(가르쳐 준 적도 없으면서 쳇!)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공공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서 볼 일을 본다고 말이죠. 저는 또 궁금해졌습니다. 공공 화장실 좌변기는 왜 더러운 걸까? 보이지 않는 세균 때문에 그런 걸까? 고민 끝에 저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마 공공 화장실 좌변기가 더럽다고 생각한 최초의 여성이 있었을 겁니다. 그 여성은 엉덩이와 허벅지를 변기에서 떨어뜨려 볼 일을 봤고, 그러다보니 오줌 방울이 변기에 묻어 더러워진 이후 그 여파로 오늘 날에 이르게 된 것이죠. 엉덩이와 허벅지를 붙이고 볼 일을 본다면 그렇게 더러워질 일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엄마의 핀잔때문에 좌변기 세균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저는 재밌습니다. 엉뚱하지만 즐겁죠.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묻습니다. 에너지 효율(뚜껑을 열어야 한다는 행위 추가)적인 측면과 비주얼 적(그냥 보이는 것보다 충격이 강함)인 측면, 위생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변기 뚜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 참, 뚜껑이 닫혀 있을 때 일단 물을 한 번 내리고 연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에피소드(2) 한 줄 서기는 혁명입니다.


잘 정착되었다고 생각하는 문화 중의 하나는 화장실 한 줄 서기입니다. 한 줄 서기야말로 공평하고 평화롭기 그지 없는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공공 기관의 번호표 뽑기와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먹는 것과 자는 것, 배출하는 것만 잘 되도 마음의 평화로움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한 줄 서기는 화장실의 평화에 기여한 후레쉬맨?(후레쉬맨을 모른다면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로 바꿔도 무방합니다)같은 존재입니다. 


첫번째, 일단 한 줄로 기다리기 때문에 선착순대로 공평하게 볼 일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줄 서기 이전에는 내가 화장실에 도착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줄 선 칸에 어떤 사람이! 어떤 볼 일을 보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었죠. 두번째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한 칸밖에 없는 화장실이 아니라면 내가 느긋하게 볼 일을 보더라도 다른 칸에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갈 수 있으므로 눈치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똑똑똑' 하는 소리가 몰입과 집중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줄 서기는 개인의 숙변해소에도 기여를 한 셈입니다. 세번째는 공간 효율성을 높인 것입니다. 양쪽에 각 3칸(총 6칸)의 화장실이 있고 각 칸 앞에 2명씩 서 있다면 아무리 넓은 화장실이어도 줄은 겹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 줄서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화장실 사이의 넓은 공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구 쪽 통로에만 일방통행의 한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으로 화장실에서 기다릴 때나, 화장실 칸에 들어갈 때나,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을 때나, 그 모든 행위를 다 마치고 나올 때나 거리낌이 없는 통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매너는 사람을 만들고, 한 줄 서기는 화장실의 평화를 만듭니다. 

Manners maketh Man. (킹스맨) 한 줄 서기 make Peace of Toilet.


에피소드(3) 내가 본 아이디어 화장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방문할 때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명절에 사람이 최고로 몰릴 때를 대비해 휴게소 화장실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편의를 돕기 때문입니다. 훌륭하다고 느낀 화장실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디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화장실 칸에 사람이 있고 없고의 유무가 화장실 칸 상단에 초록불과 빨간불로 표시되었습니다. 보통 휴게소 화장실은 칸도 엄청 많고 넓기도 넓어 실제로 칸 앞에 가서 보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나와야 들어가는데 비어 있는 칸에서는 사람이 나올리 없으니 계속 기다리는 것이죠. 그래서 문을 잠그고 여는 것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며 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빈 칸의 유무를 알 수 있는 점에서 훌륭한 아이디어라 생각했습니다. But 고장난 것이 있는지 초록불과 빨간불의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더라고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사진을 찍어뒀는데 비주얼적인 촌스러움?에 포스팅하지 않아 사진으로 남아 있지 않네요. 흑.


두번째는 옥산 휴게소 화장실의 미니선반 잠금장치입니다. 보통의 잠금장치는 '잠금장치'로만 작용하죠. 그런데 옥산 휴게소의 잠금장치는 미니 선반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핸드백이나 핸드폰 등을 올려놓기도 하는데 대개 핸드폰 같은 소지품은 깜빡하고 놓고 가기 쉽습니다. 분실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잠금장치 자체에 아이디어를 적용한 것도 그렇고, 미니선반에 있는 소지품을 챙겨야만 문을 열 수 있는 행동 패턴을 적용한 것도 그렇죠. 이런 좋은 아이디어는 휴게소끼리 공유도 좀 하고 그러면 좋겠는데 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지 휴게소끼리도 경쟁해서 그런지 좋은 아이디어가 짱박혀 있음에 아쉬움이 있네요.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개인 또는 공공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적어보자.

(2) 개인 또는 공공 화장실 문화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적어보자.

(3) 개인 또는 공공 화장실에 있으면 좋을/필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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