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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6. 2018

사소한 글쓰기(46) 이루지 못한 [상상]

혼자하는 글쓰기 5권

에피소드(1) 막돼먹은 영애씨 헌정 영상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저는 시즌1때부터 애청해온 막영애 덕후이기도 하죠. 13시즌에서 한 회가 끝날 때마다 퍼렐 윌리엄스의 Happy 노래에 맞춰 등장인물이 한 명씩 춤추는 장면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애청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찍은 건지, 재미로 찍은 건지 알 길은 없지만 확실히 저의 마음은 사로잡았습니다. 모든 등장인물과 스탭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거의 움직임 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영애씨(다음 회차에는 다른 등장인물로 바뀝니다)만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데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인상 깊었지요. 그래서 막영애 팬들끼리 모여서 이런 영상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 시작한 상상은 구체적인 기획으로 연결되더라고요.


막돼먹은 영애씨 13시즌 Happy 영상 https://youtu.be/Gz_mbQW071Y


제가 생각한 구성은 이렇습니다. 한 30명 정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넓은 공간에 다들 선글라스를 끼고 있습니다. 이런 영상을 찍는 것에는 흥미와 재미를 느끼나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는 부끄러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자세로 정면을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Happy 노래가 시작되고 선택된 1명의 사람이 노래에 맞춰 막춤을 시전합니다. 정자세로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말이죠. 2마디 정도가 끝나면 그 다음 막춤을 시전할 사람을 터치하고 그 자세로 멈춥니다. 동시에 나머지 사람들이 같은 자세를 취합니다. 코믹한 영상이기 때문에 자세는 가급적 웃긴 포즈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세번째 막춤을 시전하는 사람들이 바뀌고 후렴구는 다 같이 춤을 춥니다. 떼창, 떼율동이라고 하죠. 마지막 후렴구에는 같은 춤을 추다가 왼쪽 상단에 있는 사람부터 한 명씩 자리에 쓰러지면서 눕습니다. 드론(네 드론까지 사용하면 더 역동적인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을 사용해 쓰러지면서 눕는 장면을 촬영합니다. 노래가 거의 끝나면서 드론은 하늘로 올라가고 모두가 누워있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씩 FOREVER]가 인간 글자로 나타나며 영상이 끝납니다.  


이건 상상에만 그친 거라 실제로 구현이 된다면 말처럼 재미있게 역동적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런 영상도 헌정을 목적으로 찍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렸으나 저는 이런 작업을 추진하기엔 사교성도 추진력도 부족한 터라 실제로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막영애는 현재 16시즌에서 이승준 사장과의 '결혼식'을 끝으로 거의 공식적인 결말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워킹맘이라는 소재 역시 막돼먹음을 시전할만큼 매력?적인 소재이기에 막돼먹은 영애씨를 응원하는 싱글녀와 기혼녀들이 17시즌을 기다리는 건 사실입니다.(그러면서 또 박수 칠 때 떠나라와 같이 진짜 끝! 하는 것도 지지하는 바입니다) 13시즌의 상상 속 헌정 영상에는 싱글 남,녀만 있었습니다. 17시즌에 헌정 영상을 만든다면 선글라스 낀 아기엄마와 워킹맘도 섭외해야 할 것입니다. 상상 뿐이지만, 혹시 또 모르죠. 언젠가 진짜로 헌정 영상을 찍게 될지 말입니다. 


에피소드(2) 판교역 1번출구에서의 플래시몹


*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 플래시몹은 갑자기 접속자가 폭증한다는 뜻의 플래시크라우드(flashcrowd)와 참여 군중을 뜻하는 스마트몹(smartmob)의 합성어로, 2002년 10월에 출간된 하워드 라인골드의 저서 '참여 군중'에 기원을 두고 있다. 플래시 모버(flashmober)들의 이러한 행동은 단지 의미 없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에 즐긴다는 즉, 무목적이 목적이라고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유튜브에 플래시몹이라 검색하면 꽤 많은 플래시몹 영상이 나옵니다. 플래시몹은 일상을 벗어나는 행위입니다. 일상적이지 않음은 평안한 일상에 돌을 던져 일으키는 파장과 같습니다. 저는 그런 영화같은 파장에 이중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오글거림과 동시에 흥분됨을 느끼죠.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플래시몹을 하기 참 좋은 시간과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판교역 1번 출구의 신분당선 건물 앞의 광장이죠. 그 광장은 아침 시간에 직장인들로 번화합니다. 신분당선이 판교역에 도착해서 직장인들이 우루루 내린 시간에 잠깐 분볐다가 바로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판교역 1번출구를 지나다가 생각했습니다. 출근시간에 직장인들과 플래시몹을 하면 어떨까?하고 말이죠. 


직장인들은 매일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만약 똑같은 일상에 플래시몹이라는 돌을 던져 즐거운 파장을 일으키고 싶은 직장인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플래시몹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어떤 플래시몹이면 좋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신분당선이 도착해 광장을 지나가는 직장인들의 유동인구는 거의 100명 정도라 생각됩니다. 그들이 유유히 광장을 지나갑니다. 그러다 동시에 지정된 장소에 멈춥니다. 걸어가던 자세로 말이죠. 그런 다음 음악(싸이의 나팔바지같은 그룹 댄스에 최적화된)이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떼율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이 때부터 전문 연출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사실 여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짝을 이루거나, 팀을 이뤄서 돌아가면서 춤을 추고 마지막에는 단체로 춤을 추다가 멈춥니다. 그런 다음 음악이 멈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플래시몹의 의미대로 회사를 향해 걸어가는 거죠. 


이런 상상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저도 제 뇌를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평소 '해보면 어떨까?' 혹은 '재미와 흥미를 가진 분야'여서 그런지 그런 것들이 실현 가능한 맞춤 장소나 환경에 가까우면 저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이죠. 상상을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상상만으로 그쳐서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처럼 현실로 이뤄질 때 멋지고 빛날 수도 있지만 영화랑 현실은 또 다르기에 상상이 현실화되지 않음에 아쉬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플래시몹을 기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판교역에서 직장인들과 함께 하는 플래시몹에 대한 의견을 내고 싶습니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부끄럽고 오글거리겠지만 일상의 파장은 인생의 긍정적 여운이 될거라 조심스레 주장해봅니다.

(1) 평소 하는 상상이 있다면 정리해보자.

(2) 실제로 했던 상상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면 무엇일까?

(3) 플래시몹 기획자라면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플래시몹을 해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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