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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17. 2018

기본의 멋[6] 양말 코디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양말 코디 룩>


양말을 보면 진짜 멋쟁이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멋쟁이는 그만큼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다는 말을 대신한 것이겠지요.


발목이 드러나지 않는 바지를 입을 때

양말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드러날 일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바지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추운 겨울에도

우리는 9부, 10부 바지를 입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양말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She is 가사 중) 자태를 

어떻게 하면 다른 옷들과 조화를 이루어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 것이 바로 양말입니다. 




(1) 발랄하고 싶을 땐 노랑, 핑크


저도 원래 양말 코디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양말의 종류나 색깔에도 무딘 편이었죠. 


그러다 동생따라 유니클로에 갔다가 다양한 양말의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채도가 선명한 색부터 채도가 낮은 어두운 컬러까지 다양하더라고요.


4켤레에 1만원으로 양말 가게나 양말 트럭에서 파는 것보다는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베스킨 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골라 담았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색깔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니클로에서 양말을 골라 담기 전에도 양말 때문에

스타일링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양말을 어떤 색깔로 어떻게 매치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은근히 있더라고요.


양말도 다양한 무늬가 있습니다. 줄무늬, 도트 무늬, 체크 무늬 등등

옷 코디가 어렵다면 가급적 디테일이 적은 심플한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좋은 것처럼

양말 또한 매치 감각이 부족하다면 심플한 것이 좋습니다. 


무늬가 없는 단색으로 다양한 색깔을 구비해주세요.

그런 다음 전체 코디에 양말을 대입해보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우리는 종이 인형 놀이란 것을 했습니다. 

그 때 옷과 모자, 신발, 가방 등 자유자재로 스타일링 실력을 뽐냈었죠. 

그것과 같습니다. 다만 주인공이 종이 인형이 아닌 나로 바뀐 것일 뿐입니다.


제가 오늘 선택한 양말은 분홍색과 노란색입니다. 

채도(선명도)가 높을수록 발랄하고 동적인 느낌이 듭니다.

파스텔 톤은 정적인 느낌에 가깝지만 명도(밝기)가 높기에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주지요. 

그래서 분홍색과 노란색은 룩에 활력을 줍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깔의 옷을 매치했더라도 상큼한 양말 색 하나로

분위기는 완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색깔에서 주는 느낌을 알고 있어야

전체 룩의 느낌을 조율하기도 쉽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좀 꿀꿀합니다. 기분이 꿀꿀하다고

옷까지 꿀꿀하게 입는다면 더 처지는 하루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색깔 양말로 발목에 포인트를 뽝 줘보는 건 어떨까요?

양말의 기운이 온 몸에 퍼지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2) 은은한 멋은 짙은 청록, 짙은 빨강


사실 내성적인 성향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어두운 빨강(벽돌색)과 어두운 초록입니다.


색깔이 있어 은은한 멋이 있지만 어둡기 때문에

자세히? 봐야 색이 있구나를 알 수 있는 양말 색입니다.


이런 색은 캐주얼 룩에도 어울리고 포멀한 룩에도 어울립니다.

캐주얼 룩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어서 어울리면서도

어둡기 때문에 캐주얼함을 다운시키는 영향을 줍니다.

포멀 룩에는 어둡기 때문에 격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깔이 들어가 있기에 전체 룩에 약간의 파동을 줍니다.


그래서 양말 고민 없이 옷에 매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검은색, 회색 같은 무채색도 좋지만

이런 어두운 계열의 색깔을 선택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튀고 싶지는 않지만 룩에 재미를 주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은 색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이런 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와 비슷하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자기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어떤 룩에도 잘 어울리는 묘한 매력을 가진.


제 입으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아이템의 특성을 분석하다보면 그런게 보이기도 하네요.


옷을 잘 입는 것과는 무관하게 내 스타일이 있는 사람들은

나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옷을 입을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의 특성에 맞게, 나의 욕망에 맞게, 나의 상황에 맞게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라는 책에는 

내가 선택한 것이 나라는 사람의 누적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아이템은 나라는 사람의 누적분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의 옷장 속 그녀는 어떤가요? 안녕한가요?




(3) 무난하게 가려면 네이비, 고동색


출근 길 그녀의 룩이 저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전혀 화려하지 않았지만 명도 차이만으로 모던한 출근룩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9부의 약간 통이 있는 어두운 회색 정장 슬랙스에 검은색 옥스포드 슈즈

그 사이를 진회색의 양말이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상상을 돕기 위해 색깔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검은색 옥스포드 슈즈(가장 진합니다) > 어두운 회색 정장 슬랙스 > 진회색의 양말(밝은 회색과 어두운 회색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색깔을 포인트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무수한 회색만으로도 멋진 룩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회색이라고 하면 어둡고 차가운 색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같은 회색도 어둡고 밝은 상대성을 이용하면 전체 룩에 파동과 리듬감을 줍니다. 

쉽게 설명하면 강, 약, 중강약 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룩은 '회색'이라는 단색에 갇히지 않고 다색같은 느낌을 주지요. 

회색에 대해서 너무 오래 설명했네요. 


전 회색 양말은 없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무난하게 입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은 것이 짙은 회색입니다. 

보통 쥐색이라고도 하고, 흑색(차콜 그레이 = 옅은 숯색)이라고도 합니다. 

(색에 따라 좌표값은 다르지만, 우리가 입는 옷에 적용하면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검은색은 너무 검고 자칫 아저씨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캐주얼 룩이나 정장 룩에 검은색 양말을 매치하는 사람은 잘 없죠. 

그래서 색깔 양말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회색으로 갈아타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두운 네이비도 좋고, 어두운 고동색도 좋습니다. 


모든 것에는 단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훌쩍 성장할 수도, 몰라보게 변화할 수도 있지만

단계를 밟아 성장하고 변화할 때 자연스럽게 체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먼저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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