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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14. 2018

기본의 멋[5] 한파 특보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한파 특보 룩>


겨울은 모든 생명이 움츠러드는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봄은 누구나의 환영을 받지만

겨울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겨울보다는 봄,가을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주의니까요.


그래도 겨울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내성을 키우게 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생명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봄을 좋아하는 것은 봄 자체의 싱그러움에 있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의 반대 급부로 사랑받는 것도 있다고 보이거든요.

그래서 겨울의 추위는 사랑할 수 없지만 겨울의 존재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겨울을 좀 더 춥지 않게 보낼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릴 뿐입니다.




(1) 추울 땐 따뜻한 게 예쁜거다.


보통 한파라고 하면 영하 10도 근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대를 생각해보면 한창 추울 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영하 15도만 되도 엄청난 한파라고 예보하니 

확실히 겨울이 예전만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추위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좀 더 예쁜 옷을 입는 것과 하나 더 껴 입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죠.

전 추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없이 따뜻하게 입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한파 특보라고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따뜻한 옷

그리고 히트텍과 비슷한 이너 티셔츠, 패딩과 야상 점퍼를 겹쳐 입습니다. 


올 해 겨울(17년 12월 -18년 2월) 에는 롱 패딩이 유행했습니다.

롱 패딩은 무릎까지 오는 길이의 패딩으로 

여자, 남자, 직장인, 대학생 할 것 없이 온 거리를 롱패딩의 물결로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모 브랜드의 패딩은 비싼 가격대로 인하여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우기도 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심리는 '나도 트렌디하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대중을 따르는 것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고요.


워낙 대중과 따로 노는 타입이라 그런 안정감이 

트렌드를 따르는 요인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꽤 오랫동안 입어왔던 패딩과 야상 점퍼라 올 겨울도 어김없이 

옷 좀 사 입으라는 엄마의 한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옷 매장에는 죄다 롱 패딩 뿐이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사람의 심리도 알겠지만, 돈이 되기에 너도나도 

롱패딩을 파는 업체의 상술(혹은 전략)이 뻔히 보였습니다.


트렌디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좋습니다.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욕망을 따르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이런 트렌드의 쓰나미에서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진짜 마음과 가짜 욕망이 뒤섞이기 시작하면 

가짜 욕망을 진짜 마음인 줄 알고 행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지금 당장 롱패딩을 사지 않으면 유행에 뒤쳐지는 것이야'

'너의 마음이 불안한 것은 롱패딩이 없기 때문이야'


우리는 소비의 주인이 우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유행의 물결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됩니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유행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다 했다면 괜찮겠지만

2년, 3년이 지나면 유행템은 빛을 잃어갑니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아이템이 당신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2) 무조건 레이어드 & 기모 러버


* 기모: 천을 이루는 섬유를 긁거나 뽑아 천의 표면에 보풀이 일게 하여 천의 감촉을 부드럽게 하거나, 천을 두껍게 보이도록 하여 태를 곱게 하며, 때로는 보온력(保溫力)을 높이기 위한 가공법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외출하기 전 일기 예보를 확인합니다. 

많이 춥다 싶으면 어김없이 선택하는 아이템이 바로 기모 레깅스입니다. 


어떤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따뜻하게 입는 것이 우선인 겨울은 옷 선택도 편합니다.

일단 기모 레깅스와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입어야 하기 때문이죠. 


기모 레깅스와 단짝 스커트는 쫀쫀함과 보온성을 자랑하는 니트 스커트입니다. 

무릎을 덮는 길이의 스커트는 기모 레깅스와 합체하는 것으로 무적의 한파 특보룩이 됩니다. 

어떤 겨울 바람도 막아내고 차가운 기운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제 역할을 톡톡히 잘 해냅니다.


기모 레깅스가 따뜻해서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패턴이 들어가 있어 심심하지 않게 매치할 수 있는 니트 스커트와 짝꿍이라

더 잘 입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패턴이 들어간 아이템은 '반복되는 무늬'의 특성상

룩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검은색 패딩은 10살 차이 나는 남동생 옷이었는데

군대갔을 때 제가 입다보니 제 옷이 되었습니다. 


스타일 코치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스타일링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스타일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지인은 거리에서 '나답게 스타일링한 사람'을 찾아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게 스타일링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하지만 본인도 내키지 않는 일을 흔쾌히 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더군다나 겨울 바람이 부는 추운 거리에서라면 더더욱이요.


스타일링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겨울 바람은 너무 차가웠고

사람들의 거절은 겨울 바람만큼 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죠. 


방법을 바꿨습니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는 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적이면서 따뜻한 느낌의 큰 장소가 어디있을까 생각했고

광화문 교보와 강남 교보에서 나답게 잘 입은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낯을 가리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놓고 말을 거는 것이 어려워

대략적인 설명이 적힌 홍보 판넬을 들고 다녔습니다.

서점이라는 장소의 특성때문인지 '스타일링 배우고 있는 사람이고 

이런 이유로 사진을 찍고 있다'고 이야기하니 컨택한 분들이 흔쾌히 사진을 찍게 했습니다.


그 때 기꺼이 사진을 찍어준 남학생, 남자 직장인, 여성 직장인, 30대 주부가 기억이 나네요.

몸이 추울 때면 따뜻한 옷을 껴 입으면 됩니다. 마음이 추울 때는 마음의 패딩을 입어야 합니다. 

그 시절 그 분들이 저에게는 마음의 패딩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분들 중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을까마는,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 다리 토시 짱짱, 나만 입어요.


꽤 오래 전에 쇼핑몰에서 구매한 아이템입니다.

한 2년 정도 묵혀 뒀었는데 어느 순간 청바지 위에 입어볼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마치 니트 바지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청바지는 소재 자체에서 오는 보온의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겨울에 잘 입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요즘은 기모 청바지가 개발되서 겨울엔 기모 청바지를 입는 추세지요.


하지만 저는 기모 레깅스를 애용하는지라 아직 기모 청바지는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게다 다리 토시를 하는 것에서 오는 남다른 느낌이 좋기도 하고요. 


롱 부츠를 신지 않는 이상 종아리는 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위입니다.

기모 레깅스 위에도 다리 토시를 할 수 있지만 검정 + 검정 색이 전혀 분간이 안되므로

스타일링의 재미는 청 + 검정의 색 분간이 가능한 조합이 더 좋습니다.


거기에 기모 부츠를 신어준다면 이 또한 한파 특보 룩에 대비하는 

또 하나의 어벤저스 룩이 되는 것이지요. 

단 허벅지가 좀 시려운?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종아리가 더 두꺼워보이고 또 흘러내리는 다리 토시를 

매번 올려주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번거로움이 있어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지만 

타인의 눈엔 예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룩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합니다.

뭔가 '나만 아는 맛집'같은 느낌이랄까요.


다른 사람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맛있는 그런 음식이 있죠.


가끔 나는 좋아하는 룩인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내 스타일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타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자기 만족감을 높이는 방법이겠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정도라면 그 룩을 향한 나의 마음이 애시당초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룩 정도는 오롯이 내 입맛에 맞추는 것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다리 토시를 입고 다니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기다움을 퇴색시키는 것이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왔다면

지금부터는 자기다움을 모색하는 사람이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남다르게 입어도 괜찮습니다.

자기다움을 찾는 것이 남다름을 거쳐야 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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