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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an 25. 2016

스타일 코치 칼럼 #1 옷의 유통기한은 어느정도일까요?

페친 홍난영 작가님의 질문(1)

저는 옷을 하나 사면 주구장창 그 옷만 입어요. 티셔츠, 바지 운동화 다 그래요. 요즘은 의류도 좋아져서 헤지지도 않아요. 전 헤질 때까지 입는 편이에요. 옷의 유통기한은 어느정도일까요?



스타일 코치의 답변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면 양말에 빵꾸가 났는지를 먼저 살폈습니다. 혹은 구멍 난 양말을 신을 때면 바느질 자국이 너무 선명하여 한 번 꿰맸는지 두 번 꿰맸는지 티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지요. 어렸을 때는 그렇게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해주셨습니다. 어느 시절에 살았냐고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 시절의 양말은 한, 두 번 빵꾸날 정도로 버려지진 않았더랬죠. 몇 년을 신었는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중학교 입학과 졸업을 같이 할 정도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양말을 오래 신는 편이지만 예전과 비교하자면 빵꾸난 양말을 꿰매 신는 일은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양말에 비하면 옷의 퀄리티는 더더욱 좋아졌고, 그 양도 어마무시해 졌지요. 그래서 우리는 옷을 아껴입는 것이 아니라 매번 어떻게 새로운 옷을 선보일까 고민합니다. 똑똑. 질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정신을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잠시 머리를 좀 두드렸습니다. 


옷 마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다르고 또 입는 사람에 따라서 옷의 수명은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나는 옷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헤질 때까지 입는 것이 어떻게 보면 궁상맞아 보이거나 너무 아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나에게 온, 나와 만난 옷을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진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아끼는 물건을 보면 그 물건에는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소중한 감정이 함께 합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저>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저는 옷이 실용과 감성의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대부분의 물건이 그렇겠군요.) 실용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옷의 '내구성'이, 감성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곤도 마리에의 말처럼 '설렘'이 옷의 유통기한의 중요한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그 설렘의 기간이 유독 짧아져서 옷의 택을 제거하자마자 싫증나기도 하는데, 이건 아마도 '진짜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최근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물건이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이 물건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은 무엇인가? 나는 이 물건을 왜 사려고 하는가? 옷이라면 내가 이 옷을 입었을 때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을 것인가? 이것은 나에게 잘 어울리느냐, 내가 좋아하느냐 혹은 내 라이프 스타일에 잘 맞느냐로 정리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이 물건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충만감을 고민해 보았다면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 고민없이 선택했다면 아마 '가짜로 선택한 것'이 되겠지요.


이렇듯 모든 물건에는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구매에 대한 책임이 1+1처럼 붙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책임지고 싶지 않은 가벼움이 옷에 적용될 때 옷의 유통기한은 끝난 것이 아닐까요? 어디선가 '그럼 코치님은 옷을 얼마나 오랫동안 입나요? 옷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입고 있나요?' 라는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와는 상관없습니다. 각자의 옷을 각자에게 맞게 얼마나 잘 입느냐는 모두 개인의 몫이니까요. 오늘은 집에 가서 빵꾸난 양말이나 꿰매야겠네요.



#스타일코치 #알랴줌 


♣ 글쓰는 스타일 코치 이문연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의 저자. 스타일을 통해 사람들의 긍정적 변화를 돕는 코칭 및 교육 진행. 칼럼 및 웹툰.


https://twitter.com/moonyoun

www.facebook.com/moonyoun 

http://stylecoach.kr/ 


★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질문을 받습니다. 스타일 코치에게 묻고 싶은 것, 궁금한 점에 대해 쌈박하게, 삼삼하게, 3분안에(읽을 수 있도록) 답변드립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옷의 유통기한은 언제인지 의견을 달아주세요. 본문과 함께 하나의 컨텐츠로써 가치를 지니게 되며 책으로 출간될 경우 함께 삽입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기똥찬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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