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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12. 2018

세 명의 팀장, 세 명의 퇴사

첫 출판사에서 만나고 이별(?)한 사람들에 대하여

책은 계약만 하면 나오는 줄 알았다. 그건 마치 임신만 하면 애기를 낳는다(죄송합니다. 낳아보지도 않고 이런 비유를...)고 믿는 순진무구한 생각이었다. 겨우 출발선에서 발을 뗐나 싶었는데 원고를 다 완성하고 나니 책을 기획하고 그 책의 저자로 나를 섭외한 팀장이 퇴사를 알려왔다. 이번 화는 첫 출판사에서 만나고 이별(?)한 세 명의 팀장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첫 번째 팀장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팀장이었다. 5월에 계약한 후 11월에 결혼 소식과 함께 퇴사를 하는 것으로 6개월 정도 담당자였다. 기획 출판이었고 그 책의 저자로 나를 섭외한 것에는 고마움을 느끼나 그녀의 퇴사와 함께 책 출간은 삐걱거리기 시작했으므로 그녀의 결혼을 진심 축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퇴사와 함께
신혼여행을 가버렸다.


두 번째 팀장 역시 6개월 정도 담당자였다. 역시나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팀장이었고 인수인계를 받았다며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간단히 이미지 협찬(이 때 역시 이미지 협찬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의 진행 여부와 출간 시기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것 같다. 출판사 대표가 이 기획안에 대해서 탐탁치 않아한다고 이야기 했던 것도 같다. 대표는 여성이었는데 계약하고 처음 출판사에 갔을 때도 나의 직업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녀는 스타일리시한 편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미팅을 마치고 어떻게 해서든 출판사의 눈 밖에 나지 않고 출간을 하기 위해 이미지를 구해 보았는데 나의 무명 타이틀은 너무나 강력했고 ‘안 된다’는 그들의 입장에 들이댈 설득력은 한없이 약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 첫 만남에서도 다소 연약해 보였던 두 번째 팀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알려왔다.


건강이 안 좋아져 당분간 지방에 가 있을 예정이며 후임 팀장에게 관련된 자료는 다 전달했으니 별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하하하’ 웃어 넘기기에 나의 멘탈은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두 번 째 팀장이 퇴사한 후에 세 번째 팀장에게 전화가 왔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책의 기획으로는 출간이 어려운데 다른 기획안이 있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앞의 두 팀장보다는 나이가 좀 있어 보였고 남성이었다. 어떻게든 출간의 기회를 잡아야했기에 그즈음 생각하고 있던 ‘요즘 뜨는 사람들에겐 남다른 자기만의 스타일철학이 있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사실 첫 책의 제목은 ‘옷장 코디’라는 가제가 붙었었고 이 제목은 다음 책의 ‘가제’였다.)라는 기획과 ‘당신만 모르는 스타일의 심리학’이라는 기획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다행히 관심을 보였고 명동의 할리스에서 만난 팀장은 지금 진행 중인 책이 아닌 다른 책으로 진행하면 되므로 (무산되었을 경우 계약금 반납)


계약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계약한 기획안으로는 출간되기 어려울 거라는 답변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처음 기획자였던 팀장이 퇴사를 하면서 기대치도 한 껏 내려갔음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건강 때문에 퇴사한다는 팀장에게 크게 화도 내지 못(화를 내긴 했지만;;)하고 세 번 째 팀장과 조우?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세 번째 팀장이 사람 괜찮아 보였기에 다른 책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연락을 준다는 말에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 날 벼락을 맞을 줄 나는 정말 몰랐다.     


초보 저자의 한 줄 생각


그 때 당시에는 책임감 운운하며 화를 내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다 나름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이해 안하면 어쩔껴?)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사람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좋게 퉁쳐본다.


* 이 매거진의 글은 2013년 출간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란 책의 3년간의 출간 과정을 담은 에세이(2015년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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