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Sep 17. 2018

시들어 버렸다.

아끼진 않더라도 훼손하지는 맙시다.

글작업을 하루 정도 쉴 타이밍이 되어
출근하는 까페에 아침독서를 하러 왔다.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책을 읽고 싶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던 중
까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바로 앞의 나무 화단에 무엇을 버리신다.

자세히 보니 드라이 아이스다.

흙과 자잘한 풀들이 모여 있고
가운데는 꽤 큰 나무가 자리해 있다.

이 작은 화단으로 인해 테라스가 더 운치있고
자연친화적인 느낌으로 어떤 인테리어보다 더 좋은데
드라이 아이스를 거기에 버리니
드라이 아이스 바로 옆의 작은 풀떼기가 곧 추위에 죽어버릴 것 같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이 좋은 가을이다.
햇살과 바람을 즐기던 작은 풀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드라이 아이스는 흙과 햇살의 따스한 기운에 하얀 기운을 뿜어낸다.

드라이 아이스 바로 옆에서 하얀 기운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잡초를 보니 나까지 추워지는 기분이다.

이를 어쩌나.
아주머니가 볼 때 치우면 분명 왜 그러냐고 물어볼텐데.
그러다 잠시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웠다.

드라이 아이스를 맨 손으로 쥘 수 없어 발로 드라이 아이스를 20cm정도 떼어 놓았다.
가급적 풀이 적은 곳으로.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책을 한참 읽다가 보니
하늘로 뻗어있던 잡초의 생기가 땅으로 향해 있더라.
고개가 꺾여 있었다.

아직도 드라이 아이스는 녹지 않고 있다.

탄천에 나가서 잔디도 막 밟고 하면서
오늘은 잡초가 왜케 신경이 쓰이는지.

소심한 나는 아주머니가 안 보는 틈을 타
드라이 아이스를 아예 밖으로 내 놓았다.

이제 조금은 안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의 멋<봄/가을편> 완성 - 출판사 찾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