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Oct 15. 2018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 #5 종이책으로 만나고 싶어

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5 종이책으로 만나고 싶어


글에 적정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의 글은 이 세상의 수많은 글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까.

저자라면 한 번쯤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과연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종이에 찍어내는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요가 보장되어야 한다. 

1쇄도 팔리지 않고 서점에 꽂혀있는, 폐기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수요란 것은 책을 쓴 사람, 책을 판 사람의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정말 잘 팔릴 줄 알았던 책이 

의외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본다. 


다시 나의 책으로 돌아와본다. 나는 이 책을 왜 종이책으로 내고 싶은가. 

내가 전자책 통합본을 종이책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는 하나였다. 


'엄마, 아빠께 선물하고 싶다'


우리집은 전형적인 경상도 집안에 가깝다. 대화가 거의 없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딸이 셋(아들도 하나 있음)이나 있지만 조잘거림과 화사함과는 거리가 먼 시크한 농담과 가벼운 디스가 난무하는.


같이 살 때도 내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독립하고 보니 

'저라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계획을 갖고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다. 

글쓰기 훈련으로 시작한 글은 과거의 일을 떠올려 쓰다보니 가족들과 연관된 추억들을 많이 쓰게 되었고

엄마, 아빠도 읽어보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글을 쓰다가 기억이 안나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자매들이나 엄마한테 물어봤고, 비하인드 이야기나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글이 더 풍성해졌고, 옛날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카톡은 설전을 오가며 활기를 띄었다. 


글이 어떤 가치를 줄지, 내 책이 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저자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가치를 주고, 이런 영향을 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그 작은 확신으로 투고도 하고, 종이책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작은 확신이라도 갖지 않으면 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실제로 훈련이 되었고, 글을 쓰는 순간만은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가족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으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독자들도 나처럼 경험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더라.

혼자서 써도 좋지만 함께 써보고 공유하는 것으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종이책으로 세상에 내놓아도 될 것 같은 작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확신은 설레임으로, 종이책 제작을 위한 동력으로 바뀌 시작했다. 

(그런데 부모님께 책을 선물해도 왠지 읽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ㅡ;;)


* 이 글은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종이책 자비출판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1. 혼자하는 글쓰기의 시작


2. 글쓰기 최적화 인간


3. 적은 인세의 맛


4. 새로운 시도, 통합본


5. 종이책으로 만나고 싶어


6. 무엇부터 해야하나?


7. 크라우드 펀딩의 시작


8. 출.알.못의 인쇄사 방문


9. 400만원짜리 경험


10. 판매, 세상에 내보내는 일

작가의 이전글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 #4 새로운 시도, 통합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