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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27. 2018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8 출.알.못의 인쇄소 방문기

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8 출.알.못의 인쇄소 방문기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도움을 잘 요청하지도 않지만 협소한 인간관계로 도움을 요청할 곳도 사실 전무하긴 하다.

그런 내게 연이 있던 [언니네 마당]에서 인쇄소까지 소개해주었으니

혼자서 찾아봤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인쇄소가 얼마나 많은가! 게다 믿을만한 곳은 또 어떻게 가릴 것인가!)

인쇄소 컨택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소개해주는 곳은 일단 신뢰하고 본다. 

그래서 소개해준 인쇄소의 부장님에게 디자인 작업 틈틈이 견적을 물어봤다. 

하지만 국판이 어쩌고, 신국판이 어쩌고, 책의 크기에 따라 뭐가 얼마나 달라지고

들어가는 색깔에 따라 기본 비용이 얼마가 들고, 종이 종류는 뭘로 할 거냐는 이야기가 나에겐 다 외계어로 들렸다. 


안되겠다 싶어 부장님에게 방문하기로 말씀을 드리고

표지와 내지 디자인 작업이 거의 끝나갈(페이지 수도 확정) 즈음 인쇄소에 파일을 보내고 방문을 했다.

(꺄- 나 인쇄소 방문 처음이야. ㅎㅎㅎ)


충무로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인쇄소 골목. 

(그 느낌이 묘해서 골목 사진을 찍어놨는데 올리려고 보니 지웠더라 ㅜㅜ)

오후 3시쯤 방문했던 것 같은데 책을 찍어내는 기계 소리가 왠지 정감있게 들렸다. 


기계가 돌아가는 1층 인쇄소에서 S 부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2층으로 소개했다. 

내가 궁금하고, 알아야 할 것은 대략적인 견적.

대략적인 견적을 위해 필요한 건 1) 표지의 종류와 도수 2) 내지의 종류와 도수 3) 전체 페이지 수

4) 날개(책에 보면 표지와 연결되서 안 쪽으로 접히는 반쪽짜리 종이. 보통 앞날개엔 저자 소개를 적는다)의 유무

(이것도 다 돈이다. 그래서 안 하는 책도 있다)

5) 속지(표지와 본문 사이에 들어가는 아무것도 인쇄되어 있지 않은 색지. 보통 저자 싸인을 이 곳에 받는다)의 유무

(이것도 돈..... ㅜㅜ 웃음밖에 안 나와...)


차례로 견적을 내기 위해 부장님은 몇 가지 책을 가져와 예를 들어주셨다. 

난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표지는 저렴한 걸로 [언니네 마당]에서 견적을 내줬던 종이로 결정했다.

내지는 보통 100g을 기준으로 80g으로 하기도, 120g으로 하기도 한다는데

얇을 수록 글자가 비칠 수 있다는(두꺼울 수록 튼튼한 건 당연) 말씀을 했다. 

내지는 연한 아이보리 색, 완전 화이트 톤 그리고 따뜻한 질감의 재생지 등을 보여주셨는데 

비교해서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게다 종이에 따라 앞면과 뒷면의 색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있었다.

어떤 글이 어떤 종이에 인쇄되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느낌이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책의 컨셉에 따라 컨셉을 더 잘 살려줄 수 있는 종이를 사용하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80g과 100g을 비교하는 것도 손으로 만져보니 묘하게 두께가 느껴졌다. 

이쯤되니 인쇄소에 와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알.못(출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출.조.아(출판을 조금만 아는 사람)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내지는 재생지로 했다. 재생지라 해도 일반 종이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재생지의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종이의 두께는 80g(자나깨나 예산 걱정)으로 정했다. 


자비출판이고 예산이 적어도 날개는 나에게 좀 더 책같은 느낌을 주는 요소 중의 하나라 포기할 수 없었다.

날개는 넣어주세요. 그리고 속지는 고민하는 나에게 부장님이 좋은 제안을 주셔서 그 말에 따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망의 부수! 몇 권을 찍어낼 것이냐!


사실, 본전 생각만 아니면 적게 찍어도 상관 없는 거였다. 

애초에 종이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10권을 만드나 100권을 만드나

실제품을 보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200권을 찍나 500권을 찍나 예산의 차이는 크지 않고

이미 디자인 비용과 인쇄비용으로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니 통장에 빵구내가면서 책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커졌다. 

돌려서 말했지만 본전 생각이 커졌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투자금을 다 회수할 것인가. 부장님을 앞에 두고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조건은 다 정했다. 부수만 정하면 된다.

부장님은 200권의 견적과 300권의 견적으로 내주셨다. (500권은 다 팔 자신이 없었다)

그래봤자 15만원 차이밖에 안 났지만 200권은 재고 부담이 적은 대신 책을 다 팔아도 손해다. 

300권은 재고 부담이 있는 대신 다 팔 경우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다. 


에잇, 한 번 찍는 거 300권에 승부를 걸어보자.

부장님에게 300부로 최종 견적을 내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인쇄소를 나왔다.


* 이 글은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종이책 자비출판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 

* 책 정보가 궁금한 분들은 이 곳으로 http://stylecoach.kr/221379222447 

* 자비출판 관련 궁금증을 질문해주세요. 전자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첨부터 종이책은 아니었어(300권 자비출판 제작기)


1. 혼자하는 글쓰기의 시작

2. 글쓰기 최적화 인간

3. 적은 인세의 맛

4. 새로운 시도, 통합본

5. 종이책으로 만나고 싶어

6. 디자이너부터 찾자!

7. 출.알.못의 인쇄 견적내기

8. 출.알.못의 인쇄소 방문기

9. 400만원짜리 경험

10. 판매경로 3종 세트

11. 출간 3주 후 경과 보고


<본문에 담지 못한 이야기>

- ISBN 꼭 등록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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