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거울 앞의 할머니의 패션이 눈에 띄었다.
하얀색 바탕에 하늘과 바다 그림이 은은하게 섞인 폴로 티셔츠를
회색의 8부 카고바지(양쪽 허벅지에 주머니가 달린)에 넣어서 입은.
상의를 하의에 넣어 입는 것으로 체형을 드러낸 스타일은
나이가 들어 동글동글해진 체형을 가리고 싶어하는
60대 이상의 여성분들 패션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었다.
'할머니, 멋지게 입으셨네'라고 생각할 무렵
그녀의 벨트 버클에 적힌 자일리톨 아니,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이 눈에 띄었다.
손바닥 반만한 벨트 버클이 그녀의 O자체형을 지탱하며
그녀의 패션에 방점이 되어주고 있었다.
연령대를 추측해보자면 70대 초반쯤 되셨으려나.
그녀의 헤어 또한 은발에 가까운 흰 머리였는데
동글동글한 펌이 주는 귀여움이 패션과 잘 어울렸다.
나이들면 나이드는대로 노화를 멋으로 승화시키는 분들은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기에(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더욱 멋스럽게 느껴진다.
탈의실이라 그녀의 신발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나
그녀의 패션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2-3cm 정도의 쿠션이 있는 쪼리를 매치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