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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Aug 24. 2021

계속되는 밤 출근, 이런저런 메모들




요새는 밤 출근을 한다. 저녁 먹고 출근해서 해 뜰 때 퇴근하는 것이다. 도시락은 새벽 한두 시에 먹는다.


에에,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냥 밤이 좋아서. 밤에 일하고 싶어서. 그뿐이다. 이러려고 프리랜서 하는 것 아니겠나.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프리랜서에게 시공간적 자유는 누리지 않으면 아까운 것이다. 그림 그리는 우리 누나는 심지어, 바다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 해서 광안리로 이사를 했다.


‘일없으면 백수’라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니, 이런 거라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물론 건강은 잘 챙기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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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 [여행자의 동물 수첩(가제)]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만난 여러 다양한 동물들을 소재로 한 수필이다. 그렇다고 동물을 설명하는 책은 아닐 것 같고, 그냥 그때의 상황과 느낌에 대해 적었다.


이건 정말인데, 동물에게는 사람 어딘가 깊은 구석에 숨은 동심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들을 만났을 때 경험은 대부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까지 쓴 건 마다가스카르 리머, 인어를 닮은 매너티, 물지 않는 상어, 절벽 위의 바위너구리 등등.


책이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시간 생각하지 않고 만족할 때까지 쓰고 싶다. 적당히 써서 마무리 짓기에는 경험들이 너무도 아깝다. 그 시절 나는 정말 멋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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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 번째 책을 쓰면서는 어느 때보다도 재능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내가 쓰는 글은, 쓰고 싶어 하는 글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정말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것일까?’,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 있다.


그래서 운동이 도움이 되는 점이 많다. 나는 매일 출근해서 클라이밍을 하고, 퇴근할 때는 따릉이를 타고 간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하고 있으면, 기록하고 싶은 지난 경험들이 떠오른다. 쓰고 싶은 재밌는 문장들이 생각나 저 혼자 속으로 킥킥거린다. 이제 메모장 없이는 어디를 못 가겠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건대, 꾸준히 즐기며 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면 나도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온종일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반복하지만, 요새는 날씨가 좋아 하늘만 봐도 행복하다. 조급하지 말고, 게을러지지 말고, 지금처럼 한결같이만 글을 써 나가고 싶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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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작업실에서 개포동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는 약 한 시간이 걸린다.


이른 아침 자전거 타기에서 무서운 것은, 덜 풀린 몸이나 쏟아지는 졸음이 아니다. 그것은 날파리 떼다. 그리고 밤 산책을 나왔다가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길가 위 지렁이들. 농담이 아니고 정말 햄버거빵 위의 참깨처럼 널려 있다.


아아, 요즘 나는 이 둘 때문에 괴로울 때가 정말 많다. 자전거를 타고 상쾌한 기분으로 한강에 진입하지만, 이들은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소중한 내 아침을 방해한다. 마치 한산한 골목길 손수레 뒤에서 뛰쳐나온 2인조 보험사기단처럼.


내게 일출을 보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허락해달라. 뭐, 이렇게 말해도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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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은 새벽 3시 45분에 올라간다. 일하다 무료해서 작업실 옥상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원래 같으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황금 시간대에 올리겠지만, 갑자기 그런 것 하나하나 따져가며 살기에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럼 저는 두 시간 뒤에 퇴근하겠습니다. 모두 안녕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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