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아르헨티나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마젤란 펭귄 '후안'과의 동거 생활을 다룬 실화다. 박여진 번역가님의 역자 후기를 그대로 빌려 쓰자면 "읽는 내내 궁금하고 즐겁고 애가 탔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우리' 후안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책에서 후안과의 우정보다 더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저자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라 하더라도 나는 당분간은 야생 펭귄을 만날 일도 없을뿐더러 현재 반려동물도 없기 때문이다.
시력이 나쁜 사람은 알 것이다. 안경 썼을 때 느끼는 그 개운함, 광명 찾은 느낌을. 더듬더듬거리다가 안경을 쓴 듯 유난히 눈에 선명하던 구절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내가 글은 읽고 쓸 줄 아는데 식물 짜는 법은 모른다고 하자 매우 놀라워했다. 쓸데없는 것만 할 줄 알고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책의 본문 중에서
이 구절을 읽자마자 그동안 모호하고 막연하게 떠돌던 나의 머릿속 '여행'이란 게 명확해졌다.
낯선 것을 보고 낯설게 생각하는 것.
하루는 친구가 화를 내며 말했다. 회사에서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더니 '아니, 지금까지 뭐 했어??'라며 어이없어했다는 것이다. 나도 화가 났다. 내가 아는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감히, 마치 청춘을 낭비했다는 것처럼 말하다니.새로운 경험을 권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포장하기에도 그는 무례했다. 그렇다면 그런 그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이전에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남아메리카에 대해 막연하게 품었던 기대와 현실을 비교해보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의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