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대한 기호를 따지는개념이 아니라 사실은 밤하늘이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같은 거다. 심지어 같은 색의 천만 봐도 빛이 닿는 곳과 그림자 진 부분,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색이 다르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는 같은 색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자주 사용하는 색을 구분해 이름을 붙여 분류해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가 많이 원했던 색을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색마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해 소중히 간직하지 않았는가.
결국 색을 본다는 행위에는 소망하는 것이 투영되는 게 아닐까 싶다. 단편적인 예로 색으로 알아보는 심리테스트도 많고.
아일랜드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쏟아지고 해가 반짝 떴다가도 순식간에 흐려진다. 앞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래도 뒤를 돌아서면 먹구름이 가득한 곳이 아일랜드 하늘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일랜드의 건물들은 참 알록달록하고 예쁘다. 어느 마을이나 외벽 컬러에 아주 공을 들였다. 낙서 자국 하나 없는 걸 보면 주기적으로 새로 칠하는 듯하다. 실제로 마을 전체가 건물에 페인트칠하는 날을 본 적도 있다.
종 잡을 수 없는 날씨에 대한 저항일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공간에 최대한 예쁜 컬러들을 다 끌어다 모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