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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May 20. 2020

그 시절 올드 카

오래된 것의 멋

어느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아주 오래된 형의 차를 물려받아 끌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문을 열 때마다 차를 몇 대 때리고 끙끙 씨름을 해야 겨우 문을 열어주는 아주 오래된 차.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이 걸리는 회사는 차를 타고 가면 3, 40분이면 도착했다. 1년 정도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자전거로 출퇴근하시는 아버지 대신 내가 차를 몰고 다니기로 했다. 15년이 넘은 우리 집 차는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시절 올드 카'로 소개되기도 했다. 젊은 여자가 타고 다니기에는 눈에 띄는 연식이라 처음 차를 가지고 회사에 갔을 때 친한 분들이 다 구경을 나왔었다.


"이야~ 클래식 카! 운치 있네!"


비교적 운전을 빨리 시작한 나는 종종 '처음 차를 태워주는 친구'가 되곤 했다. 친구들은 연식보다는 차가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더 매료되었다. 유일하게 옛날 차라고 놀렸던 대학 동기는 안태워주면 그만이었다.


부지런하게 관리를 잘하신 아버지 덕분에 아직도 쓸만하긴 하다. 하지만 슬슬 언제 고장 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차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멈춰버려 운명을 달리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족들 사이에서 이제 안전을 위해 차를 바꾸자는 소리가 나온다. 바꿀 차의 기종까지 정해놓았건만 아버지는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차라 쉽게 놓지 못하시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새 차를 사게 되면 이 올드 카를 내 차로 만들어버릴까 하는 속셈을 품고 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러니 걱정 말고 빨리 바꾸셨으면.  


물론 이런 차는 아닙니다만
오래된 것은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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