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 딱히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좋은 거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취미를 적을 때는 대충 좋아하는 것 중 아무거나 무난한 것으로 골라 적었다. '취미가 없다고 살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닌데 뭐.'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내심 부러웠다. 그들은 하루하루 반짝반짝 빛나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통을 미리 준비한 여행자 같았달까.
좋아해서 꾸준히 하는 것. 이 두 가지 조건만 갖추면 되는 건데 왜 취미생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내게는 없을까. 혼자 떠난 여행은 결과적으로 취미생활도 만들어주었다.
여행 일기 쓰기, 여행 그림 그리기.
'다음에 여행 가면 꼭 해볼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 왜 '다음'이 붙었냐면 매번 나의 여행은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예약하고 일정을 짜고, 길을 찾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창밖의 풍경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다가 '아. 몰라. 길 잃으면 그냥 거기서 자지 뭐.'라며 무계획으로 떠난 혼자만의 여행은 여러모로 새로웠다.
날씨가 좋은 날엔 밖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가지고 간 여행책에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일기를 휘갈겨 썼다. 이번에야말로 해볼까?라는 생각에 끄적끄적 그림도 그리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꽤 재밌다. 내가 재밌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누군가와도 공유하고 싶어 졌다. (인터넷에 결과물을 올린다는 것은 평소 내 성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그렇게 단편적으로 끝날 것 같았던목표는 일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불안해진 시국에 생각보다 일찍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일기 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계속 재밌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좋아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 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 취미생활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