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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May 12. 2020

1초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서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뭘 하든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말에도.


강철 체력을 원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 중에 지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맛있는 술과 음식을 오래 먹고 싶어서. 보양식이 왜 인기 있는지 알 것 같은 요즘이다.


애초에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는 아빠를 따라 검도를 했었고 중학교 때는 운동회 때 달리기 선수를 한 적도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10킬로 마라톤도 많이 해봤다. 한참 운동을 안 하다가 받았던 신체검사에서도 근육량이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그래서 막연하게 난 죽을 때까지 건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생활 몇 년 차가 되니 급격하게 체력이 닳았다. 운전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그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다. 력의 힘을 점점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재난 영화에서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살아남는 주인공을 보면서 친구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달리기 느려서 죽겠는데?"

"난 저기 못 매달려서 죽겠다."(팔 힘으로 어딘가에 매달려서 살아남는 주인공을 볼 때)


물에 빠졌을 때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즐거웠다. 물론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운동이라 발을 딛고 서기만 하면 숨 쉴 수 있는 수영장에서 빠져 죽 것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힘들다. 이러다 익사하는 거 아닐까 싶은 순간에 선생님이 수업을 끝내주신다. 그렇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집에 가면 또다시 수영이 하고 싶어 진다. 


팔의 근력이 강해야 물을 잡는 힘도 세진다는 말을 듣고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정자세로 팔 굽혀 펴기 하나에 성공했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원래 하나도 제대로 못했으니 나에게는 굉장히 큰 성공이다) 5개에 성공했을 때는 또 얼마나 자랑스러웠던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잘하는) 오빠가 방 문에 철봉을 설치했다. 말은 힘들다고 하는데 슉슉 너무 가볍게 잘 올라간다. 주인공처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저 매달린 채로 1초씩 더 살아남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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