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미 Jun 03. 2020

똥 손 탈출 훈련기

*늘 그렇지만 오늘 글은 유난히 더 가볍습니다. 소소한 그림일기라고 생각해주세요.


우리 집 사진사는 단연코 나다. 그러다 보니 가족 여행을 갔을 때의 나의 독사진은 현저히 부족하다. 큰 불만은 없지만 사진에 욕심이 없는 편이라고 해도 먼 곳까지 나갔는데 적어도 인생 샷 한 두 개는 건져야 아쉽지 않다.


"어유.. 이 나이 되면 잘 안 보여 가지고.." 

그래. 엄마는 인정. 아빠도 패스. 오빠 잘 찍어주겠지.  


시작은 대만이었다.

대만 중정기념당 정문
공사장...?
내가 찍어준 오빠

뭐지? 실수했나 보다. 더우니까 일단 넘어가자.

대만 중정기념당

오.. 여기선 찍어야지.

찍고 싶었던 게 드넓은 광장이었나...

아무래도 오빠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너무 예뻐해서 다른 게 돋보이면 안 되나 보다. 랜드마크를 내 뒤로 숨겨버리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나름 수평, 대칭을 맞춘 게 더 안쓰럽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포스팅을 여러 개 골라 보내 주었다.

"아~ 진작 보여주지! 이제 완벽하게 찍을 수 있어!"

블라디보스토크의 독수리 전망대

크 멋있다. 노을도 지고 있어!

구석에 처박힌 랜드마크

한껏 분위기 잡고 있는 내 포즈가 무색하게 엉덩이를 강조한 건 둘째치고 랜드마크는 또 왜 안 보여주는 건지. 심지어 이번에야말로 성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뿌듯함 가득한 저 얼굴에 차마 "왜 이렇게 거지같이 찍었어?^^"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나는 그냥 샘플 사진을 보여주기로 했다.


일명 '이대로 똑같이 찍어주면 돼!' 전법.

내가 먼저 오빠를 멋있게 찍어준 다음 오빠에게 보여주면 오빠는 열심히 구도를 비교해가며 찍는다. 물론 그것도 처음엔 잘 안 됐다. 그래도 짜증 안 내고 여러 번 다시 찍어주는 건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렇지! ㅠㅠ


길고 긴 여러 번의 훈련을 거치고 체코에 갔을 때는 나름 분위기 있게 찍어줄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샘플 보고) "유럽까지 갔는데 인생 샷 못 건지면 난 진짜 슬플 거야ㅠㅠ"라고 말했더니 더 열심히 찍어주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더 노력하자. 파이팅.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자고로 인생 샷은 얼굴이 안 나오게!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