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나무

영양앰플

by 김앤트

뿌리가 넓게 뻗어도 지반이 약하면 쓰러진다.


주위에서 얘기하는 대로 행동이 바뀌면, 흔히 팔랑귀라는 평가가 따라붙게 된다.

팔랑귀는 주관이 뚜렷하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뚜렷한 주관을 가질 수 있는가?


언제라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는 성장에서 겪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흔들려 본 경험이 한줄기의 뿌리를 만든다.


이번 장에서는 뿌리 성장과 지반에 필요한, 영양 앰플을 만들어 보겠다.

주변에 휘둘릴 때는 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을 때가 많다.

살짝만 불어도 휘청거리는 상황이 온다.


기반은, 대학에 가고 취직하는 등의 표면적 정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도 성취도에 따라 휘둘림은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휘둘림은 실력이 안정기로 접어들지 못했을 때, 주기적인 빈도로 발생한다.

특히 시작하는 단계부터 안정기로 들어가는 1~2년 차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고비가 온다.


대다수가 공감하겠지만, 좋은 이야기만 듣고 성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조언을 단순히 거부하고 귀를 막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것이 아니다.


추후 조언에 대해 상세히 다루겠지만, 받아야 할 것이 있고 받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잘못된 정보를 수용하게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으며, 흔들리지 않는 판단 방법을 소개한다.


모르는 분야에서 정보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

상대방 기분을 생각해 다 들어주는 성향의 경우

모든 것이 경험이라 생각하며 오픈마인드로 다 수용하려는 경우

보통 이 세 가지 범주 안에 다 포함된다.


하나씩 살펴본다.


모르는 분야에서 정보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


대다수 사람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모르기 때문에 휘둘리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의 판단력이 생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정보를 판단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검색이나 주변 사람들 의견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과연 그 정보는 확실한가?

잘못된 정보를 판단하기엔 성장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장 후에는 지나간 일이 되어 있으며, 이미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상황일 것이다.


성장기에서 판단할 수는 없을까?

100%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확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대부분의 조언은 본인의 경험치 안에서 나온다.

경험치를 벗어난 이야기는 추측성이므로, 디테일이 현저히 떨어져 실용성이 부족해진다.


순간적으로 도움이 될지 몰라도, 큰 폭의 향상이 아닐뿐더러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한마디에 영감받아 깨달음을 얻고, 바로 성장하는 단기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은 기반 위에 쌓임이다.


조언은 무조건 그 분야 종사자에게 듣는 것이 좋다.

그러나 종사자도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


종사자를 찾을 때는 보통 작업물을 보게 되지만, 성장기에서는 그 작업물들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어렵다.

첫 번째. 일단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면 통과다.

두 번째. 히스토리를 보고 결정한다.

일반적 기준인, 이력, 경력, 학력을 별개로 놓는다.

적어도 미술에서는 실력과 일치하는 요소가 아니다.

현재도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한다.

히스토리에 항상 두세 가지 이상의 근거가 붙어있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일치성을 보이는 것으로 체계를 판단한다.


세 번째. 질문을 해본다.

예의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질문을 몇 차례 해보면 느낌을 알 수 있다.

허세, 허영, 불일치, 화가 느껴진다면 디테일 없는 정보를 얻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느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 정도의 기준을 세우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를 수 있는 정보는 높은 확률로 다시 뱉어낼 수 있다.


김현진 2018740111_3디지털페인팅과정.jpg 김앤트, 군집, 3400x3500 PX, digitizer, 2018





상대방 기분을 생각해 다 들어주는 성향의 경우


일부 착하고 마음 약한 성향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쌓여온 성향들은 금방 개선하기 힘들기에,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개선하기 위한 필수 정보 한 가지다.


사실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서운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대부분 본인 중심으로 살아가며 남에게 그렇게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여러 이야기는 상대를 파악한 후 진행되기보다, 당시 기분에 따라 일회성으로 뱉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내용 보다, 전달자의 일관성이 존재하는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조언한 사람이 불쾌감을 표현하면, 그 기분을 맞추기 위해 들어주는 경우들이 있다.

조언의 목적은 규제, 조종, 억압, 구속, 명령 등이 아니기에,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다.

받아들이지 않음에 불쾌감을 나타내는 것은, 조언을 할 만한 역량이 뒤받쳐 주지 않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감정은 내용에 대한 목적을 흐리게 만든다.


기분을 맞출 수 있는 지혜는 높은 사회적인 능력 중 하나지만, 시간을 크게 손해 보거나 무의미한 경우에 적용된다면, 주도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방향과 어긋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핵심을 잡아나가면 오히려 옵션을 더 얻어낼 수 있다.


이기적으로 행하라는 의미가 아닌, 합리적 조절을 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경험이라 생각하며 오픈마인드로 다 수용하려는 경우


성향 사례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은, 기준이 크게 열려있다는 점에 있다.

수용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다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없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요리사를 잘못 만나면 변질된 요리가 나올 수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정보는 모두 이유가 존재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전달 매체가 중요하다.


경험에는 알맞은 적용 순서가 존재한다.

타이밍 맞게 경험이 이루어져야 확실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해결 방안으로, 현재 부족하고 필요한 점을 1~10까지 적는다.

범위를 부분적으로 좁혀놓고 마인드는 필요한 만큼만 오픈 한다.


넓은 수용력은 정보의 판단이 가능할 때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정리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란 말이 있다.

내용 해석을 축약해 보면 견뎌보며 힘을 내자라는 의미다.

한번 비틀어 해석해 보면, 우리는 타인의 비극을 오래 간직할 만큼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비극적인 내용의 영화를 볼 때 같이 눈물 흘리고 힘들어할 수 있지만, 보고 나와 여운이 가시면 '그런데 재밌었다'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 기본 심리다.

물론 공감과 안타까움, 경각심을 갖게 되는 측면도 강하지만, 또 다른 이면에서 재미를 느꼈다는 부분에 주목해 보자.


일상도 다르지 않다. 몰입에서 벗어나는 순간, 남의 일이 되고 인식하게 되는 시간마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본인이 겪지 않는 비극은 결국 흥미 요소의 잔향으로 남는다.

단기성

그것이 가벼움으로 연결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비꼬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미술을 시작할 때 그림에 대한 마음의 크기만큼 진지했기 때문에, 고지식하거나 융통성이 부족해 보였다.

시야가 넓지 않았기에, 그림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면 되는 장난스러운 말들도 주워서 저장해 놓고, 반드시 그림으로 보여주겠다는 다짐들도 많이 했었다.

나 자신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그런 말들에 더 휘둘리게 됐다.


지나고 보면 나에게 엄청난 악의를 갖고 그렇게 행동한 경우는 손에 꼽는다.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 그 상황들은 단순 흥미 요소, 간헐적 몰입에서 나온 가벼운 이야기들이었을 뿐이다.

몇 년이 지나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너 요새 좋더라’

‘진짜 잘 그리더라’


이런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한다.

나 역시도 반드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들이, 성장 과정에서 눈 녹듯 사라진 상태였다.


사라진다기보다 서로 관심 밖으로 멀어져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성장 후에도 범주 안에 들어올 정도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식의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다.


성장하는 과정에 같이 놓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며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극복해 올라오는 과정에서 그 분야에 진지함을 갖춰 나가게 된다.


본인이 진지한 만큼 애초에 가벼운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

가벼운 조언을 즐겨 쓰는 경우, 현재 성장률과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가 된다.


성장 피라미드로 봤을 때,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그런 경우들을 겪을 확률이 현격히 낮아진다.

주위에 나보다 잘 그린다 느껴지는 사람이 그림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꺼낸다면, 나는 아직 훨씬 더 성장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분야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정상에 올라가도 가벼운 얘기들은 많이 나오지만, 주관에서 벗어나는 일에는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체계라는 지반에 경험치의 뿌리가 크고 깊숙하게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확신이 드는 그 지점에서는, 100%는 아니지만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게 된다.

가벼움을 넘어서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면, 상대방의 데이터를 쭉 읽어낼 수 있다.


‘이게 부족하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말을 하는구나’

정신 승리나 아집과 달리 합리적 주관을 갖추며, 불필요한 감정은 튕겨내고 통찰력 있는 내용은 받아들인다.


딱 2년.

안정기에 접어들면 그림은 반드시 크게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을 확장해 나가는 성장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가벼운 얘기들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내면에 집중 한 성장을 이뤄내자.


이 내용은 영양 앰플이다.


지반은 스스로 찾아 체계를 갖추고, 경험치로 뿌리를 만들어 안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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