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저금통
효율은 시간 대비 노력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갈 때 극대화된다.
고효율의 성장 스크랩
그림을 시작할 때는 보통,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인물뿐만 아니라 그림만을 보고 시작하는 사례도 많다.
나를 좋은 방향으로 자극하는 그림들이다.
보기만 해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지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그런 그림들이 정말 좋은 그림이다.
내가 미술을 시작할 무렵 아날로그적 학습 방법들이 남아있었다.
그중 흔한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미술 잡지 등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자료가 될만한 것들을 잘라서, 파일에 스크랩하는 것
스크랩을 처음에 시작할 때는 눈 돌아갈 만큼 좋은 그림이 엄청 많았다.
미술 잡지에 실린 만큼 모두 잘 그려 보이고 느낌이 좋다고 여겨졌다.
스크랩하는 파일이 부족할 정도로 하루 종일 잘라 붙여놓고, 뚫어져라 보길 반복했다.
행동은 존재했지만 딱히 기준이 없었다.
좋아서 그림을 모으긴 하는데 왜 좋은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꽂혔다, 내 스타일이다, 멋있다, 등등 느낌 위주로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준 없는 느낌이 원초적으로 순수한 감각과 개성이라 믿었었다.
시작 후 1년 정도 지나갈 무렵, 스크랩에서 빼고 싶은 그림들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로 정말 괜찮았는데 못 알아봤던 그림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크랩했던 그림들을 살펴봤을 때, 나중에 별로였던 그림들은 보통 느낌이 화려하다.
눈을 현혹하는 표현, 소재, 극대화된 것들이 많다.
지나고 보면 알맹이가 다 빠져 있었기에, 초반부에는 확실히 그림 보는 눈이 높지 않았음을 상기한다.
스크랩할 때는 놓쳤지만 나중에 눈에 띈 그림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정적이고 굉장히 평범해 보였다.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알맹이가 꽉 차 있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기본기가 잘 잡혀가는 과정에서 오는 절제된 느낌은, 평범해 보일 때가 많다.
스크랩에 그림을 계속 수정하게 되는 이유
장르 불문, 할당 범위를 벗어나면 인식하기 어렵다.
그릴 수 있는 능력과 볼 수 있는 능력은 비슷하게 잡혀있다.
전에도 다뤘듯이, 스스로 그릴 수 있는 영역만큼 에서 그림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초과하게 되면 모두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그림들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 그리는 입장에서는 큰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림을 거의 다 아는 것 같은데 손이 안 따라준다는 착각
이 부분을 벗어나지 못하면, 성장이 어려울 정도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지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이런 개념들을 통한 단 한 차례의 인식 변화다.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올라갈수록 디테일 차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보는 그림들은, 숙련도가 조금만 붙어 있어도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지며 취향 차이로 갈리게 된다.
그 눈높이를 잘 맞추면 상업 미술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활동 시기를 결정하는 허들은 심각하게 높지 않다.
그릴 수 있는 능력과 볼 수 있는 능력을 알기 쉽게 수치로 정리한다.
그릴 수 있는 능력 100 = 볼 수 있는 능력 200
그릴 수 있는 능력 200 = 볼 수 있는 능력 300
그릴 수 있는 능력 300 = 볼 수 있는 능력 400
결국, 100을 그릴 수 있다면 200을 그릴 수 있는 경우보다 100이 덜 보인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스크랩은 그림 실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 높은 방법의 하나다.
모아놨던 그림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갈 때, 한 단계 성장의 발판이 준비된다.
그 과정에서 그림을 당연히 많이 보게 되므로,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내재하고 전체를 구상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로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찾고 서서히 잡아 나갈 수 있다.
적용 방법
방법은 합리적인 유동성을 가져야 오래 지속된다.
작업실 분들이 실제로 실행하는 방식으로, 예전처럼 잡지를 오려 스크랩하는 것은 아니다.
핀터레스트에 보드(폴더) 세 개를 만든다.
1번 보드에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들을 눈에 띄는 대로 넣어놓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장르와 재료를 가리지 않고 진행하면 된다.
만화, 크로키, 드로잉, 일러스트, 수채화, 유화, 소묘 등 모두 상관없다.
여기까지가 일반 스크랩 방법이고, 이제부터 다룰 내용이 디테일이다.
폴더 안에 그림을 주기적으로 보며, 계속 좋게 느껴지는 그림은 2번 보드로, 안 좋아진 그림은 3번 보드로 옮긴다.
1,2,3번 보드를 계속 채우며 핀(게시물)을 수정해 나간다.
스크랩 방법이 훨씬 간편해졌기에 내가 해왔던 방식보다 효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같은 방식들로, 기본기가 채워진 그림을 구별할 수 있기까지, 2~3년 정도가 걸렸다.
1~2년 차까지 모았던 스크랩은, 반 이상 성장구간을 돌파하지 못한 그림들이었다.
성장구간이 돌파되지 않은 그림은, 기반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화려하거나 특이한 표현을 하고 싶을 때 나오는 주객전도된 결과물들이다.
처음에는 자극성에 혹하게 되며 모를 때는 느낌으로 따라 하기도 했었다.
2~3년 차에서 모았던 스크랩은 지금 봐도 좋은 그림들이 많다.
그림을 괜찮게 구분할 수 있는 시기였다.
보통 한 3년 차 정도까지 빼고 더하며 1000장 정도 모았고, 15년 넘게 지난 현재는 1000장에서 거르고 걸러 한 100장 정도 남았다.
이런 수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스크랩은 그림을 수집하고 보는 목적 외에도 간접경험의 목표를 갖는다.
완성작들에는 그린 사람의 생각이 정리되어 담겨있다.
보는 눈이 상승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스크랩을 걸러내는 작업 중, 그린 사람의 생각과 대화해 보며 얻어낼 수 있는 깨달음이 매우 많다.
생각을 자문자답의 대화로 유추하다 보면, 나중에 작성할 가설 세우기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스크랩하면서 다양하고 실용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앞장에 다뤘던 한 줄 쓰기와 같이 진행하면, 스크랩의 효율은 더 높아진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지속성이 필요한 것들은 쌓이기 시작하면, 누구도 단시간에 따라 하기 힘든 희소성을 가진다.
쌓이는 것들은 쌓는다고 생각하고 진행하면, 너무 멀게 느껴지는 목표치에 눌려서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기본 루틴으로 만들어 실행하는 것이 좋다.
스크랩은 과거의 심리와 생각을 기록해 놓는 앨범과도 같다.
훗날 성장하여 돌아봤을 때, 보이는 경로가 있다는 점은 꽤 두근거리는 일이다.
가장 큰 자산 중 일부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