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로서 과학자에게 부끄럽다

감각

by 김앤트

우리는 감각과 지각 중, 비중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그림을 볼 때, 참신하고 특이하고 좋게 다가오면, 감각적이라고 느낀다.

화가들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특유의 감각들이 뛰어났다는 언급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예술적인 감각

색채에 대한 감각

형태에 대한 감각

구성의 감각 등


작가의 표현을 통해 그 생각을 해석하거나 분석하기 힘든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 들어오면, 보통 감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감각적이라는 말은 남다름, 뛰어나다, 특이하다, 참신하다 등의 뜻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감각적인 느낌은 곧 자신만의 스타일이기도 하기에 추구해 볼 만한 영역이다.


미술에서의 감각은 느낌에 대한 직접적 감지다.


그런데 이 감각 주변에 간혹 안 좋은 특징 하나가 붙는다.

'대충'이라는 특징이다.


감각은 느낌을 종합적으로 지칭하기에, 세분화 작업이 덜 되어 있을수록 두루뭉술한 영역을 가지게 된다.

그 안에서는 '감으로 대충' '대충 이 정도 감각으로' 이런 식의 단어가 같이 붙어 다니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그림을 이렇게 접근하면 일어나는 문제점들은 앞장에 많이 다뤘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미술 분야에서 통용되는 감각에 대한 해석을 조금 더 자세히 작성한다.

내가 생각한 감각은 시각적인 이목을 끌어당기는 부분이 있되, 이론적으로 풀어 설명돼야 한다.


이런 해석이 조금 딱딱할 수 있다.

감이라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시각과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고유의 낭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낭만 이전에 전체를 주도하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김현진.jpg 김앤트, 먹이사슬, 78.8x54cm, 켄트지에 컷팅 혼합, 2019


설명이 잘 안되기 때문에, 대충 하거나 모호한 느낌들로 에둘러 넘어가는 느낌들이 있다.

그 느낌은 직관적이지 않아 어렵고, 작품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보다 작가의 배경과 스토리에 집중되며 순서가 바뀐 듯한 형식을 갖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의 비유법들이다.

인생을 담아낸 한 줄의 선, 우주를 담은 듯한 점 하나 등

시각적으로 장치가 부족한 감각 표현 안에,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이 호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나는 미술가로서 과학자에게 부끄럽다.


몇 대에 거쳐오며 수많은 시행착오, 사람, 시간, 비용,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들을, 평면 감각 표현 안에 모두 담았다고 하니 말이다.

분야의 특성상 예술 영역에서 허용되는 특징이라 감안해도, 같은 학문의 개념으로 봤을 때 연구의 결과나 근거가 부족해 개연성이 크게 떨어진다 생각된다.


과학적으로 모든 원리를 맞춰서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감각과 추상적인 표현들이 그에 상응할 만한 연구와 실험 끝에 나온다면 더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 감각적으로 그렸다는 것은 정확하게 의도해서 만든 표현보다, 큰 틀을 잡아 놓고 그 안에서 우연의 효과를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에 가깝다.


우연으로 만들어 낸 효과들은 정제되지 않은 표출이다.

그 표출로 인해 관람자는 다양한 느낌을 얻을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는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큰 불확실함을 지니게 된다.


예술의 묘미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깊이는 표현의 특이성이 아닌 분야의 이해도로 만든다.


우연의 효과마저도 조절해 나갈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설득력 있는 감각적 표현이다.

그것들을 계획 아래 두고 사용하려면, 자세하고 디테일한 근거와 분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디테일한 분석들은 이해도가 높을수록 더 직관적으로 행해진다.

이해도는 많은 경우의 수에서 정제된다.

경우의 수는 시행착오 결과들의 모임이다.

다양한 실험에서 도출된 값이 직관성을 지닌다.


느낌만으로는 감각이 완성되지 않는다.

감각적인 그림을 막연하게 시작하면 어설픈 표출로만 진행된다.

따라 그리려고 하면, 이미지에 집중하며 표현만을 따라가게 된다.


감각의 접근 방식을 간단하게 추려본다.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사고하며 콘셉트를 잡아나간다.

다양한 관점을 개연성 있게 연결한다.

표현하는 재료와 방법들의 근거를 설정한다.

시각적인 포인트의 강도를 조절한다.

결과를 시뮬레이션으로 유추해 보며 계획을 지켜 진행한다.


정리한다.

감각은 기본기 위에 올려 옵션으로 활용해야 가장 이상적이다.


기본기에 정의는 앞으로도 계속 내려 나가겠지만, 막연함이 아닌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현상을 토대로 미술에 연결할 때 변환하는 방식에 따라 장르가 나뉜다.


실용성이 그 분야를 관통하는 기본을 만든다.


이런 체계가 흐트러짐 없이 잡혀 있어야, 고유의 감각을 올려낼 수 있다.

탄탄한 기반 위에 특성을 응용하여 극대화한다면, 감각적인 표현도 의도에 맞게 만들 수 있다.


감각으로 그리는 것이 틀렸다거나, 좋지 않다는 내용이 아니다.

감각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오묘한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는 좋은 표현 방법이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성향에서는 감각이라는 단어가 가볍고 단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감각을 중시하는 성향에서는 기본기라는 단어가 고리타분하고 상투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감각과 기본기를 적절히 조합하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감정이다.


이 두 가지는 적절히 배합되고, 순서를 정확히 정해야 한다.

순서는, 기본기 위에 감각을 얹는다.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으면 감각은 항상 가볍게 떠다닐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그림의 결과물로 봤을 때 옳고 그르다는 것으로 정해지진 않는다.


가벼운 감각으로 나온 결과물들도 높은 가격과 가치를 지닐 때도 있으며 역사에 남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그림을 오래 그려 나간다는 전제하에, 작가로서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을 이야기한다.


감각은 늘 지각과 동행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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