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이론

피할 수 없는 과정

by 김앤트

거짓 정보만 피할 수 있어도 지름길이다.


유사 이론.


유사 이론은 약간 생소할 수 있다.


유사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이 가벼운 원리로 포장되어 있는 것 들이다.

그 단어 안에 소재로 사용할 적절한 뜻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차용하여 유사 이론이라는 단어를 조합했다.


미술에서 이론은 과학적 원리가 모두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전제를 두되, 유사 이론은 그림에서 실용성과 거리가 먼 내용들을 의미한다.

내용들이 주장하는 바는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결과나 과정을 보면 그림에 필요한 원리들이 겉돌고 있는 거짓 정보들이다.


실용성을 갖기 위해서는 저번 장에서 언급된 정보의 변환이 필요하다.

유사 이론은 이 변환 과정이 없거나, 변환 시에 미술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놓치고 의미가 상쇄된 경우들이 많다.


정보형

감각형

철학형

이 유사 이론은 이렇게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하나씩 살펴보겠다.


정보형

정보형 유사 이론은 체험형이 아닌 간접형이다.

미디어, 책, 포스팅, 수업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론들로 근거가 될 만한 정확한 정보가 빠져 있는 상태다.


빛, 원근법, 색, 명암, 등등 그림에 필요한 요소의 정보들이 다양한 해석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직접적으로 적용될 만한 내용들이 부족한 상태다.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적용이 힘들다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얻어낸 이론들은, 실험단계 직전에 놓인 가설적 접근 나열에 가깝다.

실험을 끝낸 상태로 이론이 생성되었지만, 예체능 분야와 같이 실기가 포함된 이론들은 전달될수록 핵심 내용이 유실된 상태가 많다.

전달자가 표현까지의 적용을 거치지 않고, 듣고, 보고, 추측한 내용들로 재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미와 상징만 남아있는 내용들이 많이 퍼져있다.


실험 결과를 꾸준히 체험하지 않으면 가설단계로 회귀하게 된다.


정보를 담을 그릇이 그림이어야 한다.

항상 강조하는 부분으로 장르를 체험해 봐야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실용성이 부족하다면 미술적인 관점에서는 유사 이론이다.

다양한 추론을 통해 미술로 변환된 실용적인 내용이 꼭 필요하다.


감각형

표현력을 중점적으로 그 방향이 원리에 맞게 우연히 안착하여 있는 경우의 정보다.


왠지 될 것 같은 느낌, 시각적으로 괜찮게 느껴지는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원리와 비슷한 정보 체계를 띌 때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 디테일과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


감으로 해도 알 것 같기에 비교적 머리 아픈 분석이 적어지고, 무게중심이 실기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되는 실기들도 유사 이론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다.


철학형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큰 의미들을 이론에 부여하는 경우다.

미술이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 자연, 초현실 등 포괄적인 내용을 비유한다.


구상단계에서 포괄적으로 넓은 영역의 카테고리들은 설정할 때 좋은 소스가 된다.

그러나 원리와 표현 방식의 설정은 더 구체적인 영역으로 좁혀 들어가야 한다.


의미를 담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실기와 연결된 이론들은 더 직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철학형은 어떻게 보면 감각형보다 더 넓은 범위의 느낌적 영역 정보다.


직관적인 사고와 방식으로 바라보면 유사 이론을 체크할 수 있다.



김앤트, 자세, 78.8x54cm, 켄트지에 연필, 2012



유사 이론은 실용성으로 연결되는 과도기에 있는 필연적 정보다.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는 누구나 겪어 볼 법한 입문 단계의 정보다.

하지만, 유사 이론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유사 이론의 공통점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그림에 실 적용되는 부분이 적다.

미술 원리에 깊숙이 접근하지 못한 정보들이다.

표현의 근간이 감각에 치중되어 있다.

직관적이지 않다.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유사 이론의 판단법이다.

그림을 처음 배우는 상황이라면 기준점이 없기에 판단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두 개 이상인지 확인해 보고 실기에 적용해 본다.


간단한 예로, '무엇은 이렇다'라고 정의된 이론이 있다.

1차 검색을 한다. 찾을 내용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근거다.

2차 검색은, 그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주장이나, 출처, 적용사례 등이다.

3차는 확인이다. 그림에 적용해 보며 직관적인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 본다.

물론, 방법들이 바로 적용되어 효과를 체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용성 높은 방법들은 직관적이기에, 읽어보기만 해도 내용이 크게 와닿을 경우가 많다.

적용했을 때 한 번에 잘 표현이 안 돼도, 긴가민가한 느낌이 아니라 반복해 볼 만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다. 모르는 분야에서 모호함을 감안한 논리적 체계가 느껴지는 것이다.


판단은 논리적 느낌으로 해석은 디테일한 체계로 진행한다.


그다음 방법은 이론의 전달자 작업물을 확인한다.


작업물에는 생각이 담긴다.

주장하는 이론들이 모두 적용되지 않아도, 작업물에 타당한 부분이 보인다면 최소한 과도기에는 진입한 이론이다.

적어도 허무맹랑한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면, 작업의 양, 그림에 관련된 히스토리들로 퍼즐을 맞춰 본다.


사실, 개인이 어떤 방법을 거쳐도 유사 이론을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본문과 같은 방법들로 개념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줄일 수는 있다.


수도 없는 유사 이론들을 경험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모든 현상은 이론이 생성되기 이전부터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들은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해석은 현상의 발견이다.


현상에 근접한 미술적인 발견을 해나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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