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머리가 편하다면 성장 방향이 정체기로 향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회전시키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 과정은 조금 피곤하다.
생산과 검수를 모두 혼자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업실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수업할 때였다.
형태에 관한 질문을 받아 답변하다 보니 학생은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형태를 잡는데 지켜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체크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다 지키면서 그리려면 진짜 힘들긴 하겠다'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막상 그릴 때는 이렇게 복잡하진 않은 것 같은데, 말로 뱉으면 왜 이렇게 복잡해질까?'
한동안 고민에 빠졌고 그 고민 끝에 모든 커리큘럼을 개편하게 되었다.
그릴 때가 설명할때 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았던 이유는, 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니 능숙해지고, 능숙해지니 일상화되고, 일상적으로 늘 해오던 작업이라 당연해진 것이다.
점점 상향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는 일들이 줄어들고, 일부분 자동화 되어가고 있었다.
이 자동화의 기본 개념은 능숙해진다는 것에 있다.
능숙해진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경험치, 이해도, 숙련도, 전반적으로 모든 능력이 향상되면 안정화가 이루어진다.
안정화는 기복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설 때 막고 있는 큰 벽 하나가 뚫리게 되는 단계다.
쉽게 얻을 수 없지만, 연습 방법에 따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고민은 새로운 발견과 조합을 탄생시킨다.
형태를 잡는 방법만 해도, 최소 열 가지 이상의 기준점들을 지켜야 한다.
현재는 그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하지 않고 한 사이클씩, 알기 쉽도록 세부적인 분리를 해놨다.
'왜'라는 의문점을 모두 풀어내고 이해하며 주도적으로 그리기 위함이다.
안정화가 되기 시작하면 이 과정들을 조금씩 합쳐서 진행할 수 있다.
과정 병합은 이해력이 받쳐주어야 습관적인 표현으로 패턴화되지 않는다.
하나를 연산할 때 10분 걸리던 양이 8분, 6분, 4분, 2분 등등 점점 빨라진다.
그와 비례해 생각할 수 있는 양은 한 번에 2개, 4개, 6개 등등 점점 늘어난다.
그 결과 10단계의 과정이 있다면 8단계, 6단계, 4단계, 2단계, 등등 점점 단계를 합쳐 줄여 나갈 수 있다.
세분화된 과정들이 합쳐져 거의 하나로 다듬어지게 되었을 때, 자동화가 진행될 수 있는 상태로 넘어간다.
자동화는 생각의 용량과 연산 속도를 키우는 개념이다.
늘 하던 것을 습관처럼 하는 것이 능숙함으로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능숙함을 풀어 해석해 보면, 생각을 덜어내고 관성처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높아진 이해도를 바탕으로 데이터 용량이 크게 늘어나며,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과정은 유지하며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자동화다.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한 기간을 대략 100회 수업 안팎으로 보고 있다.
처음부터 과정을 다듬어 놓지 않은 자동화는 성립될 수 없다.
과정마다의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습이 안 되어 있으면 과정은 합쳐지지 않고 누락된다.
정리한다.
가재는 성장하며 탈피한다.
탈피를 할수록 몸의 크기에 맞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다.
반복될수록 껍질은 더 커지고 단단해진다.
어느 순간 한계점이 찾아오고 탈피가 점점 줄어들며, 결국 실패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의 성장도 비슷하다.
정보와 경험의 양이 많아지는 만큼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인 껍질이 커지지 않는다면, 탈피가 되지 않아 성장이 멈추게 된다.
가재와 마찬가지로 높은 단계를 올라갈수록 껍질이 그대로 유지되며 탈피가 어려워진다.
다른 점은, 성장 방법을 잘못 잡으면 탈피의 한계점이 초반부터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방법에 대표적인 예가, 자동화처럼 보이는 과정의 누락이다.
단계를 거쳐나가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볼 수는 없다.
빠진 단계를 나중에라도 체크해서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의 특성상 생각의 회로가 엉켜 효율이 적어지며, 그만큼 성장 속도는 지체된다고 볼 수 있다.
자동화를 만들기 위해서 자동화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체계가 높은 과정들은 서로 잘 융합되는 특징을 가진다.
느리더라도 정확히 한 단계씩 밟아 나가다 보면, 더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 방법들은 완벽하게 새로운 체계가 아닌, 기존 체계의 장점들이 섞여 있는 조합일 경우가 많다.
그것이 자동화의 발견이다.
발견하기 위해, 안목이 깊어져야 하고, 깊어지기 위해 정확한 과정을 밟는다.
정확함은 성장의 가속력을 발생시키는 가장 좋은 연료다.
그 가속력은 자동화를 이루어 낸다.
이 돌고 도는 순환 관계를 파악해 적용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