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누적이야말로 망각의 동물이 해결해야 할 평생의 숙원이다.
하루에 한 줄 쓰기
직관적이고 간단한 이 문장은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그 효과와 효율성에 대해 자세히 풀어본다.
표현력만큼 이론과 멘탈리티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작업실 회원분들께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는 일상 과제 중 하나다.
하루에 한 줄 정도 글을 쓰는 것인데, 글의 주제와 내용은 너무 심오하거나 무겁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 줄 쓰기에 적용될 수 있는 목록은 너무도 많지만, 간단하게 몇 가지 예시를 작성한다.
하루 중 느꼈던 그림에 대한 생각
그날의 깨달음
그리고 싶은 소재
그렸던 소재의 감상
써보고 싶은 재료
하고 싶은 장르, 그림체
스스로 부족한 점과 개선 방향의 자가 진단
연습 과정과 과제수행 시 막히는 부분
성공과 실패에 대한 나름의 개선 방향
앞으로의 다짐과 목표들
미술 관련 카테고리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한 줄 정도를 작성한다.
EX) 형태를 감으로 잡아 왔는데, 계측법을 사용해 보니 기준점이 뚜렷해졌다.
EX) 집중력이 부족하니 앉아있는 시간을 좀 더 늘려 개선점을 찾아봐야겠다.
1년~2년 뒤 글을 다시 봤을 때 생각을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뭉뚱그려 적지 않는다.
EX) 너무너무 재밌었다.
EX) 많은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한 줄 쓰기는 너무 상세하며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며 추상적이지 않게 적는 중도의 방향을 추구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기에 미사여구를 줄인다.
꾸밈없이 부담 없고 솔직하며, 가볍게 적는다.
실행이 무거워지면 생각만으로 피로해져서 반복성을 이루기 힘들다.
이 한 줄 쓰기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을 때, 반응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막상 해보니 습관이 생겨, 스스로 하게 되는 유형
2.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기에 동력을 잃어버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손을 놓게 되는 유형
3. 본인 취향과 스타일에 안 맞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판단되어 시작하지 않는 유형
방법은 절대적 진리가 아닌 가능성 요소이기에 각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사실 하루에 한 줄 쓰는 것이 생각해서 보면 되게 쉽고 별거 아닐 것 같지만, 막상 귀찮기도 하다.
하루를 한 줄에 담아내기엔 너무 많은 생각이 들고, 무엇을 써야 할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미루게 되면서 기약 없이 지체되다가, 잠시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귀찮고 미약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 줄 쓰기의 거대한 향상 효과를 설명한다.
한 줄 쓰기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방법 중 강조했던, 환경구성에도 꼭 빼놓을 수 없는 소스다.
이 한 줄 쓰기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근처 학교들의 예체능반은 정규 수업이 4교시였다. 학원으로 바로 하교시켜 주는 실기 위주의 교육이었다.
반면, 꽉 찬 8교시를 하는 학교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들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나는 '그림을 어떻게 해야 잘 그릴 수 있을까?' 생각만 가득했다.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하루가 매우 초조했다.
초조함을 못 이기고 수업 시간 교과서 구석 빈 곳마다, 그림을 그리다가 걸리는 일이 반복되며 위축되었다.
궁여지책으로 수업을 듣는 척 글을 쓰며 그림에 대한 과정, 생각, 목표 등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 것이 이 한 줄 쓰기에 시작점이다.
어떻게 보면 시작이 거창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특별한 방법도 아니었다.
이때는 한 줄 쓰기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디지털화시키지 못하고,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적어와 상당 부분을 유실했다.
과거의 생각과 추억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없게 된, 뼈아픈 부분이 되기에 모든 흔적을 꼭 보존하자.
그나마 남아 있는 글들을 읽어 보면, 생각이 짧고 터무니없는 내용들이 많다.
원리는 빈약하고 이상과 욕심만 가득한 한 줄 한 줄이다.
그림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기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써 내려가는 작업은 실기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단순한 마음의 매개체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쓰다 보니,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번뜩이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던진 문제의 해답을, 논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점점 일관성과 근거들이 강화되고, 실기로 이어질 때 해답들을 확인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확신은 들지 않았다. 시행착오라는 산을 무수히 많이 넘어가도 찾기 힘들었다.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모든 상황의 극복은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한줄기 빛을 본 것 같은 해소감을 느꼈었다.
체계구현의 선순환 지도를 찾게 된 것이다.
주말에는 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려, 광화문 대형문고에 자주 앉아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그림에 대해 이론과 표현이 짜임새 있게 맞물리도록 설명되어 있는 서적들이 없었다.
어떤 현상이나 그 근거에 대한 역사와 원리 들은 나열이 되어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계획, 방법 등이 세세하게 나열된 실용적인 내용이 없었다.
방법이 설명된 그 원리들은 빈약해 보이며, 어린 내 눈에도 합당하지 않았다.
예시 그림들과 설명들이 너무 가볍고 얕아 보였다.
경우의 수가 한정적이고 결코 좋은 방향들로 이어질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간절했던 것은, 표현에 직관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한 실용성 기반의, 근거가 유지되며 변환된 정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그런 정보 없이도 다들 잘만 해나가는데, 스스로만 특별하다 생각하며 상황 탓만 하는, 현실 도피성 집착일 뿐일까?'
'그런데 그것을 바라면 안 되는 걸까?'
'왜?'
그때부터 실용적인 서적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당시에 능력으로는 확실히 쉽지 않았다.
말로 개념이 아닌 표현을 설명하려면 순도 높게 정립된 개념이 필요했고, 그 절차에 접근하는 방법조차 까마득히 먼 길이었다.
또한 그 개념들을 적용해 여러 가지 실험 결과물을 남길 수 있는, 높은 숙련도를 가져야 함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렇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절하면서 다룰 수 있게 되면, 그제야 원했던 방향의 초입 부분이다.
늦게 입문한 미술 입시생에서 약 10년 차까지도 노력해 봤지만, 능력 밖의 일이었으며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준 삼은 목표치에 다다르기엔 아직도 멀었지만, 체계적인 개념과 계획 변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하는, 자문자답 과정에 있다.
해결한다
정리한다
정립한다
시도한다
실패한다
개선한다
확정 짓는다
이렇게 실험하고 수정하는 과정들을 반복했다.
시행착오를 통한 무수한 반복의 경험은, 고이지 않고 흐르게 만드는 순환성을 길러준다.
결국 그 하루에 한 줄 쓰기가 현 상태의 초석으로 박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루 한 줄이지만, 1달에 30줄, 1년에 365줄이 된다.
그렇게 1~2년 지나면 그림에 대한 생각과 경험치가 어마어마한 양으로 누적된다.
365일 내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줄씩 쓰진 못했지만, 대부분 작성해 왔다.
한번 쓸 때 많으면 몇 장~몇 페이지, 보통 3~8줄, 적을 때 한 줄을 썼다.
1년 기준 365줄은 훨씬 상회한다.
이런 수치로 성과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지표는 될 수 있다.
습관화시키며 꾸준한 시간을 보며 느낀 점이다.
자기 객관화, 자기반성, 목표 설정. 마인드셋 등 따로 배울 필요 없이, 많은 부분에서 주체적 자가 영향력이 생겼다.
개인 상담을 원하는 분들께 항상 추천해 드리고 있는데, 서로 시작 지점이 다르다 보니 실행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이상적인 교육과 정보전달은 알림 기능 위에 설득이 가능해야 한다.
당사자가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좋으니까 언젠가 해볼까?’ 와 ‘오늘 반드시 꼭 해봐야겠다’의 시작점 차이는 집중 효율부터 달라진다.
이런 내용을 작성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 줄 쓰기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하루 한 줄'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정공법이다.
나중에 시작할수록, 실행을 안 했던 기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상황마저 올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내가 한 줄 쓰기를 습관화시킨 것은, 상황상 뒷걸음치다 얻어걸린 운이다.
동일한 설정들이 아니어도, 향상의 목적으로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효력은 유효하다.
작업실의 많은 회원분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며 좋은 방향임이 증명되었다.
그 결과물들은 작업실 블로그에만 900작 가까이 공개되어 있다.
하루에 한 줄씩 실행해 놓은 1년 뒤의 모습과 실행하지 않은 모습을 상상해 보자.
쉽지만 꾸준히 반복해야 하는 일들은 유지하기 어렵기에 더욱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