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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앤트 Oct 07. 2023

토끼보다 거북이가 느리다

혼자가 아닌

노력은 과연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성장이 수월하지 않았고, 현재도 상황도 불만족스러우며 미래도 어둡게 느껴질 때, 혹시 다른 사람들만큼 노력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주변을 쭉 둘러봤을 때 같은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특별히 더 나은 부분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부와 명예를 축적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잘 나가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부터 왜 그런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는지, 혹시 운이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막연함을 계속 증폭시킨다. 

운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생각의 답은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운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접근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쇼트트랙을 좋아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상하게도 쇼트트랙을 보는 집이 거의 없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본 친구들이 없어서, 얘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비주류 스포츠라고 느껴졌던 그 시절에도 한국이 쇼트트랙 최대 강국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올림픽, 세계 선수권은 각 나라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대표선수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이 이상했다.  한국 선수들이 유난히 더 노력하고 재능이 훨씬 더 뛰어나서 나오는 결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감독, 코치, 선수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실용적인 이론이 표출되는 집약적 매개체다. 이런 노하우들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니, 예전만큼 쇼트트랙에서 압도적인 강국이 아니게 되었다. 전혀 의심할 필요 없었는데, 밀리는 종목도 많이 생겨나서 이제는 경기를 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기술이 평준화되기 시작하니 같은 노력치를 지닌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상향된 것이다.

그럼에도 강국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술로도 잡을 수 없는 환경 덕분이다. 빙상장의 파벌문제나 시설은 굉장히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공간의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한 종목의 강국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생활 패턴과 마인드다. 

쇼트트랙을 한국에서 시작하고 태릉 선수촌까지 들어가는 과정도 힘들겠지만, 선배들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목표가 건설적이라면. 근성이 뛰어나 포기를 하지 않고, 항상 연구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주변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환경의 표준치가 굉장히  높게 설정된 것이다. 만약 이런 부분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비슷한 기술의 레벨을 가진 선수들과 더 힘든 경쟁이 될 것이다. 


전통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세대를 거치며 장점이 극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앤트, 활강, 23.2x28.2cm, Charcoal 22 min, 2020


조금 더 축소해서 얘기하자면, 주변에 누가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그림을 시작했을 때 알려주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노력치라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앤트 유튜브 5년 차를 돌아보면, 시작할 때 주변에 유튜브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썸네일, 자막, 편집, 채널 설정 등 하나하나 검색해 보며 시간을 많이 썼다. 영상을 한 번에 많이 내리는 실수도 해서 노출이 적어지기도 하고 활성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에 주변에 먼저 시작한 유튜버가 있었다면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많이 아낄 수 있는 조언과 노하우를 조언받아 채널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노력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노력은 결과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혼자 해서는 확률이 더 낮아진다. 그 노력의 효율성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그런 환경 속에 있었다면 그것이 운이다. 만약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인위적 환경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풀어서 해석해 보면, '노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노력이 비교적 부족해도 큰 성공을 한 경우는, 이 환경 자체가 엄청나게 좋았기 때문이다. 노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증폭시켜 주는 환경이라 보면 된다.


비교할 필요도, 운이 없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하루에 수십 번씩 좌절하고 한탄한 적이 있었지만, 하나둘씩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는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오바마는 50대에 은퇴하고 트럼프는 70대에 시작했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시작 점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그 시작점을 가져오려면 막연하게 기다리지 말고, 꾸준히 환경을 만들어 놓자는 내용이다.


토끼보다 빠른 거북이는 없지만, 더 멀리 갈 수 있는 거북이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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