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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앤트 Oct 16. 2023

에디슨의 실패개념

도약


고비를 넘기기 쉬웠다면 고비가 아닐 것이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실패 지점을 잘 넘겨야 하는 이유를 풀어본다.

호의를 베풀었을 때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서로의 입장차이가 존재하기에 호의는 때때로 당연한 것, 부담스러운 것, 불필요한 것이였으며, 도와줬다는 자기만족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으로 마음을 다해서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했던, 그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면서 트라우마처럼 각인이 돼버린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첫 번째 실패다. 물론 수많은 실패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겪은 큰 실패에 대한 기억이다. 함부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힌 이유다. 


에디슨은 발명한 물품이 2,000여 개의 달하며, 그 과정에서 실패한 횟수는 수백만번 이라고 한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전구를 완성하기 위한 9999번의 실패다. 숫자가 이렇게 딱 떨어지는 이유는 상징적인 일화로 보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에서 언제까지 실패만 할 것이냐 물었더니, 에디슨은 그동안 실패한 것이 아닌 9999번의 발견을 한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증명 해냈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에디슨이 남들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멘탈이 강하게 타고났기 때문에 이런 일화들이 탄생했을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범인이 예상하고 추측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 관점에서만 풀어 보려 한다. 

경험상 실패에 강하고 끈기가 있는 사람들은, 첫 번째 실패 지점을 잘 넘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겪는 시행착오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돌이켜 봤을 때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 분기점이 될만한 중요한 지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오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작하고

1년 안쪽으로 일어났던 상황들이다. 더 좋은 정보, 더 나은 환경, 더 확실한 방법 등 처음부터 얻어서 갈 수 있다면 좋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 지점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성장에서 발생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보며 답답하게 생각하는 부류도 있었다. 때로는 무시도 받고 조언으로 포장이 된 과시로부터 계속 노출되었다. 초반 그 1년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대로 그려내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실패했다. 만약에 그때 포기하고 안정성만을 추구하며 주어진 대로 흘러갔다면, 현재 상황은 더 좋지 않았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림을 안 그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견뎌낸 게 첫 번째 실패의 극복이다. 두 번째 실패를 경험할 때는 처음을 잘 버텨낸 기억을 빌어 한 번 더 넘어갈 수 있었다. 과정은 복잡했지만 극복했던 경험은 안개 속의 등대나 다름이 없었고, 등대를 따라서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세 번째 실패다. 한국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에 굉장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삼세번. 인생의 기회는 세 번 온다는 말도 있듯이, 세상의 모든 기회는 단 세 번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세 번 정도 해봤으면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은 위안이 되어, 많은 사람이 포기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의 세 번째 실패 지점은 그림 성장 과정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수입으로 연결하지 못하던 시기다. 친구들은 거의 다 취직한 상태였고, 집에서도 조금 눈치가 보일 때쯤 미술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미술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큰 기로에 놓였고, 결국 그림을 계속 그리기로 선택했다. 그동안 원하는 방향을 잡고 올라간 과정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지만, 그 기간을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림을 그리는 방향, 방법, 이론, 장르 변경, 여러 부분에서 실패한 지점이 굉장히 많았다. 성장 과정에서 지극히 당연한 부분임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세 번째 실패를 넘긴 후부터였다. 만약 넘기지 못했다면 자잘한 시행착오에도 멘탈이 계속 흔들리고, 방향성이 크게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정리한다.

호의를 베풀어 트라우마로 남은 첫 번째 실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세 번째 실패까지 잘 넘긴다면 아마 앞으로도 호의라는 감정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에디슨도 멘탈 자체가 강하겠지만, 실패 지점들을 잘 넘겨 좋은 성과를 낸 경험으로 실패에 대한 개념이 건설적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실패 지점에서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그 과정들을 직접 겪고 난 뒤 실패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어설프면 실패다. 

하다가 말았기 때문에 어설픈 것이다. 세상에 정답이 없듯이 어떤 방향이든 하나를 끝까지 밀어붙여 보면, 또 하나의 정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실패는 성장을 향한 도약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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