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도의 관점에서 자신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애니를 보면 분신술을 써서 2명, 4명 점차 늘려나가다가 100명씩 분할해서 경험치를 쌓는 기술이 있다. 혼자 100번을 하는 게 아니라 100명이 1번을 하면 똑같이 100되는, 단기간에 빠르게 훈련하는 방식이다. 실적용이 가능한지 설명해 본다.
물론 애니 내용처럼 우리가 100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판타지적인 요소로 느껴져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슷하게 만들어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집에서 혼자 그릴 때 가장 큰 문제는 소통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소통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시야를 넓게 가져가기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옛날보다 좀 더 상황이 나음을 감안해 본다. 하지만 그림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대상이 없다면, 자기가 가진 장단점을 못 보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시야가 점점 좁아져 생각의 폭이 줄어든다는 점은 변함없다.
분신술로 100명이 동시에 수련하는 것에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을 그만큼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인은 대부분 나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내 상태는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초반 과도기에서 파악과 별개로, 스스로를 잘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파악과 분석은 접근방식과 섬세함이 다르다.
김앤트, 둘러보기, 24.2.X33.4cm, oil on canvas, 2023
첫 번째. 소통
그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본 사람들과 소통해 보면, 서로 가진 장단점을 느끼고 나눌 수 있다. 장단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법한 그룹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우의 수가 너무 적어서 자신의 방법만 정답으로 강요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상대방의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장점을 객관적으로 정말 잘 판단해 줄 만한 사람들이라면 소통의 큰 도움이 된다. 입에 발린 말만 듣자는 취지가 아니다. 충분히 객관적으로 잘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장점을 더 부각해 주거나, 단점을 얘기해 줄 때 과시하거나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가상의 대화
객관적인 분석력을 가진 높은 경험치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확률은 굉장히 낮다. 혼자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가상의 대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 10장 정도를 추려 본 후 한 번씩 따라 그려본다. 따라 그릴 때 중요한 점은 '와 이걸 어떻게 이렇게 그렸지?' 감탄하고 어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그렸을지 추측해 보는 방식이다.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생각하며 관찰하는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서 그림 안에 담겨있는 큰 줄기를 잡아본다. 상황을 설정하여 소통을 만들어 보는 방식이다. 서로 간의 대화 없이도 그림 안에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미한 도움이 된다.
"심심이랑 대화하는 거 아니에요?" "일방적인 소통 아닌가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고립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실적용 해 오며 많은 부분을 막혔을 때 뚫을 수 있었다.
소통의 포인트는 자신과 상대의 장단점을 발견하여 개선점을 찾는 점도 있지만, 시야 확보를 위해 고립되지 않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이 고립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경우의 수다.
경우의 수.
쉽게 단정 짓고 같은 방식으로만 계속 그리게 되면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기 힘들다. 장르, 갈래, 표현 방식, 해석, 생각 등 정답으로 획일화하여 규정지을 수 없는 요소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혼자서 다 찾아내며 익히려고 하면 기회와 시간 모두 부족해진다.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나 역시 모르는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좋은 시대를 타고났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사례를 마음먹으면 다양하게 구할 수 있는 시대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정보를 가져가야 유용할지 고르기 힘든 상태다. 이 장점만을 취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분신술처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경우의 수가 다양할 때 좋은 점을 소개한다.
첫 번째. 그림을 그리는데 고정관념들이 많이 깨지면서 한 가지에 머물러 있으면 시각이 편협하게 변할 수 있는 부분이 예방된다.
두 번째. 다른 장르와 재료 소재에 대한 관심이 다양해진다. 하나의 장르, 재료, 소재만 고집하다 보면 고착 현상은 더 빠르게 일어난다. 확장 과정에서 이해도가 필수로 늘어난다. 이해도로 인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이나 해석들이 조금씩 깊어지며, 경우의 수와 이해도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허무맹랑한 분신술 제목이지만, 본질적인 내용 안에 경우의 수를 늘리기 아주 좋은 방식을 담아내며 마무리한다.
관점을 순환시키며 비어 있는 곳을 파악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