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에는 안경이 안어울려서요...
매장을 찾는 사람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냥 놓고 보았을 때 오브제로서 멋져보여서일까, 사람들은 안경이 어울리지 않을 때 자신의 얼굴 탓을 한다. 굉장히 안타깝고 항상 책임감을 느낀다. 기준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얼굴 탓을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 안경이 내 얼굴에는 안맞네"가 맞다고 생각한다.
주로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코가 작은 사람들이다. 세상에 왕코도 많지만 그만큼 작고 이쁜 코도 많다. 안경을 쓸 때는 작은 코가 항상 더 많은 고민을 한다. 같은 모델을 써도 코가 묻히기 때문에 평면적인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코가 작은게 아니라 광대가 크다. 이처럼 작은 코의 타입도 다양하다. 콧대가 낮은 코, 콧망울이 작은 코, 길이가 짧은 코, 여러가지 요소가 다 포함되는 코. 안경을 선택 할 때에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낮은 콧대를 위한
주변에 한 형이 코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레이벤을 착용한다고 했다. 프론트와 다리가 만나는 부분의 각이 가파를수록 코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확실히 보여지는 코의 면적이 넓어지고 측면에서 봤을때는 코가 높아보이는 착시도 생긴다. 작지만 대단한 발견이었다. 그 형이 이 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양인들에 맞추어 나온 RB2140은 앞쏠림 현상이 심해 불편했다. RB5266 모델은 일본에서 생산되기때문에 경사각이 아시아인에 적당하다. 알고 착용하니 더욱 코가 잘보였다. 알게모르게 코를 강조하며 다녔다. 그 작은 장치하나로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작은 콧망울을 위한
보통 작은 콧망울을 예쁘다고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은 안경 선택이 쉽지않다. 하지만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얇은 테를 쓰는 것이다. 굳이 두꺼운 테를 작고 예쁜 콧망울 옆에서 가릴 필요가 없다.
또하나는 피부톤과 비슷한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너무 짙거나 화려한 색상보다는 골드를 착용하면 안경이 코 근처의 시선을 뺏어오지 않고 얼굴과 코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
짧은 코를 위한
짧은 코는 또 그안에서 많은 분류를 할 수 있다. 코가 시작되는 부분이 눈에서 많이 아래쪽인 경우, 코 끝이 입술에서 먼 경우 등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나는 브릿지를 고려하여 다양한 안경을 착용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두께가 얇고 높이 위치한 브릿지로 코를 열어줄지, 길이가 긴 브릿지로 코 면적을 넓혀줄지, 두꺼운 테로 닫아서 시선을 뺏어와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줄지, 고민할게 많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 많은 테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크다-작다, 두껍다-얇다, 높다-낮다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누구든 어떤 부분이든 강조하고 힘을 빼주면 nice-fit 아이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코가 작다고 얼굴 탓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분들을 위한 안경을 아직 내놓지 못한 우리 디자이너의 책임이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면 된다. 좋은 것을 보는 안목, 다소 낯설더라도 시도해보는 용기를 가져준다면 준비하는 우리는 행복할 것 같다.
정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