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라운드 스타일
시력이 많이 나쁜 사람들은 안경테 고르기가 남들보다 배로 어렵다. 고도수 렌즈의 가격 부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렌즈가 두꺼워진만큼 무겁기 때문에 밸런스가 잘 맞는 안경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피팅하고 써도 흘러내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때 알이 큰 안경테를 착용한다면 무게는 배가 된다. 눈도 엄청나게 작아지고 큰 렌즈 때문에 얼굴을 어느각도에서 봐도 굴절이 많이 생겨 일그러진다. 그야말로 뺑글이 안경이 된다.
나는 눈이 작고 광대가 커서 큰 안경테를 끼면 렌즈에 통해 드러나는 얼굴의 빈공간이 싫었다. 그래서 적당한 크기의 착용했다. 작은 안경테는 얼굴을 더 크게 보이게 하는 것만 같았다.
안경원에가서 한번씩 작은 안경을 써보면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서양인의 얼굴을 기준으로 만든 안경들이라 토종 한국형 얼굴인 내가 그런 느낌을 받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브릿지 길이나 총 너비가 나에게 전혀 배려없는 작은 안경들. 한번씩 같이간 친구가 어울리는 걸 보면 참 부러웠다. 알이 작은 안경테에서 나오는 그 짙은 캐릭터가 갖고 싶었다. 평소 좋아하던 디자이너 웬델캐슬도 스몰라운드를 애용해서일까? 나도 저런 분위기를 뿜고 싶었다. 선글라스를 디자인할 때 그런 생각이 들어 알이 작은 모델을 기획했다. 심혈을 기울여 나같은 한국형 얼굴에도 어울리는 밸런스를 만들었다. 독특한 멋이 났지만 사람들은 그걸 안경으로 쓰겠다고 구매해갔다.
그리고 나도 안경으로 썼다.
큰 안경테를 쓸 때보다 시야각이 좁아지고 그 시야에 테가 걸린다. 처음엔 신경쓰이더니 이제는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렌즈의 사이드에서 지나치게 굴절되는 부분이 사라져서 눈의 피로가 덜하다. 뿔테나 하금테를 썼을 때는 안경이 눈썹과 같은 역할을 했는데 스몰라운드는 저게 내 눈같은 착각이 든다. 눈이 또렷해진 것만 같다. 드디어 그 짙은 캐릭터를 가졌다. 그때부터 나는 더이상 큰 안경을 쓰기가 힘들다.
정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