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경을 디자인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하다보니 이런저런 컨셉의 안경을 만들고 있다.
문득 원초적인 물음에 빠졌다. 나는 어떤 안경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소비자를 위한 안경.
아니다. 소비자라고 칭하기에는 뭔가 돈이 오고가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 ]을 위한 안경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만족을 주는 안경.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안경.
안경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안경.
이것이 내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어떤 무드를 연출해 주는 것이 나의 몫이다. 사람들은 어떤 무드를 뿜어내고 싶어할까?
좋은 안경을 꼈다. 잘 어울린다. 똑똑해 보여. 세련된 느낌이야.
이런 말을 듣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 같다.
독특해보인다. 안경만 보인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안될거 같다.
2020년 12월 28일 10시 46분, 다시 안경을 그리러 간다.
정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