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택 Jan 18. 2021

당구장에서 본 안경

하금테 제작기 #01

하금테는 윗부분이 플라스틱 재질이고

아랫부분이 금속인 테. 말그대로 下金테다.


영어로는 browline. 눈썹테라고 한다.



한참 뿔테가 유행이던 15년전 쯤, 친구들과 당구장에 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당구가 참 서툴렀다. 그래서인지 옆 당구대에서 당구를 치던 동네 형들이 왠지 엄청 고수처럼 보였다. 또 개인적으로 당구장 자체가 금단의 영역과 같이 느껴져서 그 형들이 쿨해보이고 인싸처럼 보였다.


그 형들의 무리 중 어떤 형이 늦게 왔나보다. 당구장이 크질 않아서 그 사람의 등장이 엄청 떠들썩하게 들리고 어떤 상황인지 다 알게 됐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당시 트렌드의 상징이었던 카키색 야상점퍼를 걸치고 얼굴엔 블랙과 골드색이 어우러진 하금테를 쓰고 왔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뿔테 맛에 취해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연신 "오~" 하는 소리와 "다르네, 달러" 같은 말들이 들리는 걸 보니, 그 형이 당구를 쫌 치나 보다. 당구를 잘 못쳐 한껏 주눅이 든 나에겐 그 반응이 참 부러웠다. 자꾸 신경이 쓰이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곤 언젠가 안경을 바꿔야할 때가 왔을때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하금테를 찾았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이 있다는데 내 얼굴에는 골드칼라가 참 촌스럽게 닿았다. 그래서 결국 검정검정한 코팅이 되어있는 하금테모양을 샀다. 내 회색체크 교복상의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코팅이 금방까져서 회색 거친 메탈부분이 드러났지만 그것도 좋았다.


그것이 내 첫 하금테였다.

이런 느낌이었다.



@antennaman_

정성택


매거진의 이전글 안경의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