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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택 Jun 27. 2018

대구. 세계 4대 안경공단

Made in Korea 안경생산의 역사

 대구는 이탈리아 벨루노, 일본 후쿠이, 중국 웬조우와 더불어 세계 4대 안경생산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제는 생필품이 된 이 안경의 생산시설이 수입,수출 어려운 내륙지방 대구에 집결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서 펴낸 '한국 안경제조 70년사'에 그 내용이 있다.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


한국 안경제조의 시발점은 고 김재수 회장이다. 일본 오사카의 공업학교를 졸업한 그는 후쿠이 현의 안경공장에 입사하여 제조기술을 배웠다. 후에 오사카에 '금곡셀룰로이드공업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그러던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여러 안경공장들은 줄줄이 폐쇄되었고 군수품공장으로 전환됐다. 이에 우리나라로 기술을 이전하고자 했던 김재수 회장은 일본의 패망을 미리 예견하고 원자재를 포함한 기계와 기구들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선산으로 이전했다. 당시 그 지역은 전기시설이 잘 갖춰지기 힘든 곳이었고 가져온 원자재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광복 이후 안경을 구할 길이 없던 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울의 '인조피혁'이라는 셀룰로이드 재생공장과 이 상황을 타개하려 했으나 인조피혁 공장에 불이나는 바람에 여의치 않아졌다.  결국 김재수 회장은 대구 침산동으로 옮겨가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를 설립하고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구로 옮겨간 이유는 도금업등 다른 산업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육상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침산동 지역에는 아무것도 없어 땅을 구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원재자 문제를 해결한 후 생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생산 인원도 적었고 가내수공업에 가까웠지만 안경의 수요를 충족시킬 거의 유일한 공장이었고, 뛰어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안경은 생산공정이 280여 개로 나뉘기때문에 세분화된 공장들이 점차 생겨났다. 이렇게 대구 침산동, 원대동 인근에 안경생산공장이 군집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제 3공단이다. 




세계 4대 안경공단


 이탈리아 벨루노, 중국 원저우, 일본 후쿠이에서도 비슷한 군집현상의 모습이 보였고, 현재 세계 4대 안경생산지라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구 제 3공단은 뛰어난 금속 기술력으로 인정받는다. 1960년대 세계안경시장의 트렌드가 금속제 안경으로 바뀌게 될 즈음, 대구의 공장들도 금속 생산라인을 만들어 보급했다. 이전에도 금속제 안경이 있었으나 금이나 백금으로 된 귀금속 위주였다. 소재의 발달로 귀금속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어 수요도 곧 폭팔적으로 늘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었고, 당시 우리나라의 특유의 '기술하나만 배우면 먹고 산다!'하는 마인드 덕분일까. 금속가공기술이 큰 발전을 이루어 오늘날 유럽과 미국에서도 찾을 정도로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


ginger eyewear






 학생 시절 책과 컴퓨터에 미쳐있던 내 시력은 금방 나빠지게 되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거울로 본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은 안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안경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정말 운명처럼 내가 살던 나의 고향은 대구다. 생산공장이 가까운 만큼 주변에는 그 어떤 지역보다 다양한 안경들이 많았고 지금에서 생각하면 이것저것 보고 들은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고 김재수 회장도 최초로 안경제조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 경북 선산에 살았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지가 궁금하다. 지금은 맥이 끊겼지만 1880년 대부터 우리나라 경주 남산에서는 남석안경이라 불리는, 렌즈를 수정으로 만든 안경이 제조되고 있었다. 지도상의 거리는 꽤 멀지만 경주 어딘가에 먼 친척이 안경을 제조 하던 분이어서 한번 쯤 본 적이 있었을까. 그날의 기억이 일본에 넘어가 공업학교를 졸업하며 대뜸 안경공장에 들어간 계기가 되었을까? 혼자 생각하는 가설이자 그랬으면 하는 뇌피셜이다.




@antennaman_

정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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