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oseless

가을 냄새라 함은,

by 안테나맨

건조함. 바람. 낙엽. 놀랍도록 갑자기 짧아지는 해. 긴팔 옷. 기분좋은 선선함. 밖에서 먹는 전어구이와 맥주.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 어쩐지 평소와 다른 것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다. 설레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 지난 가을들을 돌이켜보면 이렇다할 추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 더웠던 7~8월에 그 온도보다 더 뜨거웠던 것들에 대한 기억, 또는 뼈가 시리도록 추운 한겨울에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들이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다. 가을은 나에게 그런 강렬한 추억거리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참 좋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너무 당연히도 좋은 것들이라 하나하나 특별한 북마크를 해두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b5533d1f4deb890ec4f85b393ab1c485.jpg @eunpyeonggu_official


가을은 나에게 추억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하고 싶게 만드는,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정리해본다.

가을 냄새라고 하면 설레는 느낌,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냄새다. 이런 날씨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야지, 퇴근 후에는 좀 걸어볼까, 날도 좋은데 창문을 열어두고 낮잠을 자볼까, 아니면 훌쩍 떠나볼까.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그런 날씨, 그런 냄새다. 굳이 다른 계절들과 구분해보자면, 더 미니멀하고 0에 가까운 미색 도화지 같은 무미건조한 냄새이지 않을까. 무언가를 더해도 즐거운 그런 설레는 냄새라고 정의해두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낙엽이 지는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