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창가 Jul 31. 2021

선원들 사이에 실제로 떠도는 선박 공포 괴담

출처: Australian National Maritime Museum



예로부터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괴담이 존재했다. 괴담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주로 폐교, 흉가, 군대, 병원 등 죽음과 밀접하거나 어딘가 사회와는 단절되어 있는 장소가 많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다니는 폐쇄적인 배 역시 괴담의 배경이 되기에 충분하다. 소현은 해양대 재학 시절부터 실제로 승선하는 현재까지 다양한 괴담을 들었다. 배에선 사람이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죽는 이유는 대략 자살, 사고사, 과로사 등의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 셋 다 안 좋은 죽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선원들 사이엔 무서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떠돈다. 그중 자주 언급되는 몇 가지를 간추렸다.    


 

1. 시체를 음식 냉동고에 보관했는데 그 안에서...


배에서 사람이 죽으면 육지에서처럼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선원들이 일단 수습한 뒤 다음번 입항 시 육지에 내려놓는다. 이 시체 수습은 3항사 담당이다. 선내 병원 담당으로서 나름 의료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서 관련 업무를 전부 처리한다.


다음은 어떤 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전원 스탠바이 방송이 나오는데 갑판부원 하나가 아무리 전화해도 나오지 않았다. 방으로 올라가 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방문을 따고 들어가니 그는 이미 목을 매단 상태였다. 여자친구가 변심했다는 이유였다.


3항사는 간신히 시체를 수습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보통 시체는 차가운 냉동고에 보관하는데 배에선 따로 시신용 냉동고가 없어서 육고(고기 냉동고)에 임시로 보관한다. 가만히 놔두면 부패할 테고 땅에 묻거나 화장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땅에 닿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육고에 넣는 것이다. 요리해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옆에 시체를 넣어놨다가 나중에 거기 있는 고기를 그대로 꺼내서 요리해 먹는 다소 엽기적인 시스템이다.


게다가 시체를 넣어놓으면 밤새 돌아가면서 육고 앞에서 당직을 서야 한다. 혹시나 유기될 수도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다. 당연히 아무도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직 순번은 공포감을 이겨내기 위해 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그날도 선원 혼자 밤중에 시체가 들어있는 육고 앞에서 억지로 당직을 섰다. 그런데 육고 안에서 자꾸 무슨 소리가 들렸다. 언 돼지고기와 소고기만 있는 냉동고 안에서 뭐가 돌아다닐 리는 없는데. 처음엔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나더니 밤이 더 깊어지자 뭔가를 부득부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중엔 사람이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렸다. 극도의 공포심에 덜덜 떨던 선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동료들을 모조리 깨웠다. 그날만큼은 특별히 여러 명이 함께 밤을 새웠다. 입항해서 시신을 내려놓은 뒤로는 육고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 자살한 선원 방에서 나던 악취의 진원지는?


어느 배에서 선장과 1항사에게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던 필리핀 선원이 있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 없던 그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고통받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문제는 그의 방에서 시체를 처리하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분명히 수습을 다 했는데도 그의 방에서 자꾸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 이상하게 여긴 선원들은 그 방에서 냄새의 진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한 선원이 냉장고 안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냉장고 문을 연 순간, 썩은 생선들이 끝도 없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요리는 사주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방 안 냉장고에 생물 재료를 넣어놓을 일이 없는 데다가 그 조그만 냉장고에서 쏟아져 나온 생선의 양이 방 한가운데에 수북한 산을 이룰 정도였다. 선원들은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고 망령을 위로하기 위한 제사를 지내 주었다. 그 이후 방에서 나던 냄새는 싹 사라졌다.     




출처: pinterest



3. 원혼을 조심하라!


항구에 입항했을 때의 일이었다. 한 여자 기관사가 오랜만에 보는 육지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갑판 위를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관장이 막아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입항 때에는 갑판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


그녀가 의아해하자 기관장이 한 마디 덧붙였다.


"지금 우리 바로 옆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장가도 못 간 총각 선원이 큰 사고를 당해 즉사했다고 한다. 니가 모습을 보이면 그 원혼이 씔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여 기관사는 그 길로 혼비백산해서 배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선원들 사이에는 배 안에 죽은 원혼이 돌아다닌다는 말이 있어서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4. 야간 당직 때만 나타나는 소복 입은 유령


이건 소현이 직접 겪은 일이다. 소현이 타는 배의 작업복은 흰색이다. 낮에는 그런 일이 없는데 이따금씩 밤에 혼자 기관실 순찰을 돌다 보면 흰색의 무언가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눈앞에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곁눈질로 보이는 위치에서 휙휙 지나다닌다. 뭔가 지나가서 그쪽을 딱 쳐다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딱 끼쳤다.


그간 들었던 선박 괴담들과 친구들이 직접 듣고 본 귀신 이야기들이 전부 생각나면서 발이 얼어붙어 버렸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혼자만 본 게 아니었다. 다른 사관들도 기관실 당직 설 때 기관실에 흰색 무언가가 지나다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이러다가 그 정체모를 흰 것과 정면으로 마주칠까 봐 당직 서는 날마다 극도로 긴장한다.     



영화 <식스센스>



샤말란 감독의 영화 <식스센스>에서는 귀신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가 ‘아직 못다 한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지 않은 이유로, 익숙한 육지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서 목숨을 잃은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열대야에 이런 ASMR 어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