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나는 가끔 나의 안부를 묻곤 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동기 부여 문구로 아주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라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이런 쓸데없는 사색에 빠진 채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냈다. 세바시 강연에서 김영하 작가는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조차 글을 썼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쓰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왜 이런 걸 따지고 있냐면, 내가 글을 쓰는 명확한 이유를 찾고 싶어서다. 그래야 끝장을 볼 때까지 갈 수 있다. 글쓰기가 내게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결정권은 오직 내게만 있다. 쓰느냐, 쓰다 마느냐의 문제다. 출발했으니, 구원까지 무조건 직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