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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내 삶의 유일한 용기이자 구원이었다

김혜진 <나는 가끔 나의 안부를 묻곤 해>

by 새벽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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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잔뜩 먹고 벌벌 떨면서 변명으로 막아둔 말들이 밤새 내게 쏟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내가 어디로도 갈 수 없게 꽁꽁 묶어두었다. 그러던 와중에 글을 쓰는 일은 내 삶에 잃어가던 것을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용기이자 구원이 되었다. - 김혜진 <나는 가끔 나의 안부를 묻곤 해>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동기 부여 문구로 아주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라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이런 쓸데없는 사색에 빠진 채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냈다. 세바시 강연에서 김영하 작가는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조차 글을 썼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쓰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왜 이런 걸 따지고 있냐면, 내가 글을 쓰는 명확한 이유를 찾고 싶어서다. 그래야 끝장을 볼 때까지 갈 수 있다. 글쓰기가 내게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결정권은 오직 내게만 있다. 쓰느냐, 쓰다 마느냐의 문제다. 출발했으니, 구원까지 무조건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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