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이방인>
거울을 보다가 눈 밑에 없던 점 하나가 생긴 걸 발견했다. 별로 손 대지 않아도 중간은 가는 피부를 물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누구나 한다는 '혼전 마사지'조차 받아본 적 없는 나는 피부 문외한이다. 살아보니 여기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단점은 내 피부가 영원히 괜찮을 줄 알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내 피부도 점점 미워졌다.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할 즈음 그 점을 발견한 것이다. 점의 정체는 기미였다. 기미는 할머니만 생기는 건 줄 알 정도로 무지했던 나는 놀라서 네이버에 검색했다. 긴 설명 중 유독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기미는 태양광선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 모든 건 태양 때문이었다. 내 탓이 아니었다. 선크림을 등한시한 나의 게으름, 타고난 체질을 믿은 나의 안일함, 영원히 젊을 줄 알았던 나의 착각, 태양은 쬐어줘야 제맛이라면서 맨 얼굴로 햇볕을 누빈 나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등등......은 모두 죄가 없다.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 나는 나의 첫 기미를 마주하면서 그토록 이해가지 않던 <이방인>의 뫼르소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속으론 내 탓인 걸 알면서도 겉으로는 태양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마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가장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거부해버린 게 아니었을까. 빨리 선크림 사야겠다. 여기서 기미가 더 늘었다가는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까지 '그럴 수 있었겠다' 라고 할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