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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꽃은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곽재구 <포구기행>

by 새벽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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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다에서는 늘 새로운 꽃이 지고 꽃이 핀다. 봄의 냄새가, 밀려오는 꽃향기가 파도의 이랑 하나하나마다 깊게 스며드는 것이다. 아무도 그 축제를 거스릴 힘은 없다. 힘들수록 더 거세게 부딪치고 싶은 열망. 새로운 계절은 지나간 계절의 혹독함을 부드러운 숨결 속에 묻는다. 광기도 고통도 열망도 다 파도의 꽃이파리 속에 따듯한 두 손을 펼쳐드는 것이다. 겨울꽃은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 곽재구 <포구기행> -




3월 치고는 일찍 따듯해진 듯한 날들이 이어졌다. 토요일 봄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한풀 꺾였고 어제 일요일은 제법 쌀쌀했다.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활짝 여니 서늘한 공기에 봄내음이 실려 들어왔다. 계절은 신비롭다. 불과 3주 전 창문을 열었을 땐 스산한 겨울 바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었다. 시간은 흐르고 바람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봄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리 기온이 내려가도 봄의 색깔은 강렬하다. 봄이다. 곧 새하얀 벚꽃이 날리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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