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나는 하루에 번역과 글쓰기를 핑퐁처럼 왔다갔다 하는 입장이라서 공지영 작가의 이 말을 곱씹어보게 됐다. 무엇보다 요즘 번역에 치여서 정신을 못 차리는 관계로 글쓰기는 고통스럽고 번역은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비유한 대목이 좀 거슬렸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번역에도 글쓰기에 준하는 공을 들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지영 작가의 말을 반박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다소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책에서 오직 글밥만 먹는 두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나는 글을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 번역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번역으로 어느 정도 수입을 보장한 상태에서 쓰는 글이, 오직 글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녀보다 고통스럽지 않을 건 당연한 일이다. 만약 나도 공지영 작가처럼 과감하게 모든 시간을 글에만 투자하면 어떨까. 이 글이 돈으로 바뀌지 않으면 당장 내일 쌀 살 돈이 없다면? 텅 빈 컴퓨터 화면이 지금처럼 날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도 글밥 먹는 모든 글쟁이들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