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나빌레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훌륭하고
또 훌륭합니다.
'나의 아저씨' 이후
드라마 안 본 지가 한참인데
우연히 본 이 드라마에
푹 빠졌습니다.
처음엔 제목에 이끌렸고,
두번째로는 웹툰 원작이라고 해서
웹툰을 찾아 봤습니다.
웹툰 '나빌레라'는
웹 기반 창작물은
원초적이고 자극적이며 초자연적이라는
저의 편견을 깨줬습니다.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를
잔잔한 감성으로 녹여 냈더라고요.
심지어 주인공이
일흔 살 할아버지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쓸 때
여성 독자가 대다수인 시장에
70대 치매 노인 이야기가 먹히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보기 좋게 먹혔죠.
'나빌레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흔 살은 주인공의 나이일 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나이 따위는 금세 잊고
그의 꿈에만 집중하게 만듭니다.
덕출 할아버지는 일흔 나이에
발레 무용수가 되길 원하고,
스물 셋 채록은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되어
해외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는 것이 꿈입니다.
덕출 할아버지의 막내 아들 성관은
의사를 때려치고 나와
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큰 아들 성산은
자식도 자기처럼
최고가 되길 바랍니다.
사위는 정치가 너무 하고 싶어서
매번 떨어지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고,
며느리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산과 육아로 놓았던
자기 커리어를 되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손녀 은호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갖은 모욕을 참으며
인턴 시절을 견딥니다.
채록 친구는 영웅 메시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요,
채록의 발레 선생님은
부상으로 접었던 자신의 꿈을
채록을 통해 펼치겠다는
또 다른 꿈을 품고 있죠.
심지어 채록을 괴롭히는
못된 동창 호범조차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축구를 향한 못 다 이룬 꿈이
가슴 속에 꿈틀대고 있습니다.
일흔 살 할아버지가
꿈을 이루길 바래본 적 있나요?
<나빌레라>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걸 바라게 됩니다.
채록 : 할아버지, 왜 발레가 하고 싶어요?
덕출 : 나도...... 한번은 날아보고 싶어서.
여러분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한 꿈은 무엇인가요?
그게 무엇이든
이제 망설이지 말고 꺼내 보세요.
일흔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우린 그분보다 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