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포구기행>
바다는 갈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다를 수 있는지. 지구가 생겨날 때부터 그저 그 자리에서 억겁의 세월을 넘실대고 파도치고 있었을 뿐인데, 무수한 이야기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바다를 보면 먼저 눈물부터 나온다. 한여름의 쨍한 햇볕 아래서도 그렇다. 겨울 바다는 눈물이 넘쳐흘러 쳐다볼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매년 잊지 못하고 바다를 찾는다. 어느 날,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한 시간 넘게 바다만 바라본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가 외롭다며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도 외롭지? 이리와, 내가 안아줄게. 그 바다에 일행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성의 끈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바다는 고독한 운명을 타고났다. 짙푸른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지만, 정작 자기 품에 안기는 모두의 목숨을 앗아가버리고 마는 서글픈 운명. 그래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난 그날 이후 두려워졌다. 내 영혼이 언젠가 다시 바다의 외로운 속삭임을 듣는 날, 그 품에 안기게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