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철학을 가지고일하고 계신가요?

by 연사백
형은 그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있어야 하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편리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게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그래야 일에 몰입이 되고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믿어. 좋은 회사가 좋은 사람들이 계속 좋은 사람이도록 만들고 회사를 성장하게 만드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해."


마치 스타트업 CEO가 말할 것만 같은 이 대답은 부끄럽게도 여러 번의 면접에서 뒤돌아 아쉬웠던 경험을 보완하고 보완해서 "HR담당자로서 무엇이 하고 싶은지?"에 대해 준비한 대답이다.

좋은 회사 환경, 즉 제도와 물리적인 환경과 문화가 좋은 인재를 만들고 좋은 인재가 높은 퍼포먼스로 회사를 성장시킨다고 믿고 그 첫 단추는 당연히 좋은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HR담당자로서의 내 부끄러운 인사 철학(?)을 설명하기보다 내 철학의 가닥을 잡았던 과정과 쓰고자 한다.




나는 HR담당자로서 약 10년을 다닌 첫 회사 이후로 다양한 규모와 문화의 회사를 경험했고 현재는 채용프로세스를 관리감독(?)하는 입장에서 현재는 정확히 반대편, 다양한 구직포털을 뒤지고, 전현직 구성원들의 생생한 회사 평가를 보조지표 삼아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있는 구직자다.


내 첫 회사에서 만나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꿈을 찾아 그 회사를 퇴사하고 떠나는 바람에 간간히 안부만 주고받던 친구가 내가 사는 곳 옆 동네 주짓수대회 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고 찾아왔다.

사내 탕비실의 빨간색 원형 테이블에 앉아 갖가지 간식을 까먹으면서 서로의 취미에서부터 고민, 인생관(?)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한 살 아래 동생이자 동료이자 서로의 인생 멘토/멘티인 친구다.


서로의 근황을 업데이트하면서 내가 최근에 면접에서 떨어져 매우 아쉽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친구는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던진 질문이 어떤 사람, 어떤 HR담당자가 되고 싶은지였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생각해 왔던 바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면접에서 나를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질문은 전 HR담당자이자 면접관으로서 부끄럽게도 내가 면접자에게 수도 없이 했던 질문인 "어떻게 일하고 싶으세요?"였다.


수 없이 많은 회사와 수 없이 많은 면접관과 수 없이 많은 면접 질문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면접은 지원자의 이력서에 적혀있는 경력을 바탕으로 STAR로 질문한다.

과거의 상황(Situation), 왜 기술한 그 방법으로 하기로 했는지(Task), 어떻게 했는지(Action), 그 결과가 어땠는지(Result)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질문이 (우리 회사에 와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일하고 싶은 지다.


나는 막연하게 내가 해왔던 경력과 경험을 설명하면 그 뒤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다. STAR에 답하는 것은 이력서에도 잘 적어놨고 내가 지원한 이 회사에 내 경험이 당연히 도움이 되니까.

회사의 Job description에서 내 경험이 빠지는 건 없었다. 문제는 나는 부끄럽게도 이 회사라서 지원한 것이 아니라 당장 경제적인 부분과 경력 공백에 대한 두려움에 일을 구하는 마음이었고, 그 어떤 회사도 지원자의 개개인 사정과 안타까움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내 면접 앞 뒤로는 당연하게도 나와 마찬가지로 Job description에 맞아 서류를 통과한 피면접자들이 있고, 그들은 당연하게도 왜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준비해서 면접에 왔을 것이다.

나는 면접관의 "어떻게 일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내가 탈락시켰던 수도 없이 많은 피면접자들의 뻔한 레퍼토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진정성 없게도 내 것이 아닌 남의 레퍼토리를.




한동안은 슬픈 결과에 우울했고, 그저 운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한창 감수성이 폭발했던 시절 싸*월드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위로를 받던 글귀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너를 좋아할 수는 없다.
너도 싫은 사람이 있듯이 누군가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너는 너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김형모 - 나의 선택>


나는 이 글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인용글 말미의 나로서 당당하게 대답할 '나'를 준비하지 않았다는건 알 수 있었다.




이력서에 적었던 내가 해왔던 일이 아니라 내가 첫 회사를 나왔던 그 이유부터 다시 살펴봤다.

첫 회사는 좋은 회사였지만 회사 사업모델의 성장성에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었고, 성장성이 있는 곳에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막연하기만 한 이 생각을 다양한 HR리포트와 책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통해서 구체화했고 내 것으로 만드려고 노력했다.

슬프게도 아직은 여느 글에서 볼 수 있는 통쾌한 결론(취직??)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다만, 나와 이 글을 보는 이가 면접이나 일할 때, 더 크게는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고민된다면 나만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 구직자로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면접관과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답과 방향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 철학이 회사의 문화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흔들림 없는 나로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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