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영전략서 <규칙 없음>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것
넷플릭스는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가입자수만 약 2억 명이 넘는 글로벌 OTT서비스다.
그 서비스의 유명세만큼이나 넷플릭스라는 기업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경영 비결 역시 다른 회사의 귀감으로써 읽히고, 모티브가 되어 왔다. <규칙 없음>은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경영해 온 비결을 담은 책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흔히 회사는 다양한 규칙을 통해 엄격하게 직원을 통제함으로써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이게 되지만, 넷플릭스는 반대로 통제와 규칙을 제거함으로써 사내 인재들의 창의력과 퍼포먼스는 극대화된다고 믿고 실현시켰다.
<규칙 없음>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규칙과 통제 대신 자율과 그에 동반한 책임을 통해 직원이 일을 내 것이 되게 한다면 크게 회사가 유연하고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규칙 없음>에서 자칫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경영 방식을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구분해서 넷플릭스가 성공한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1. 인재밀도를 구축한다.
평범한 10명보다 뛰어난 1명이 더 낫다.
2. 솔직한 문화를 도입한다.
조직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3. 통제를 제거한다.
의사결정의 승인, 규정을 없애고 그 맥락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한 스타트업의 기업 문화를 찾아보면서 처음 기업 문화를 세팅할 때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블로그 글을 읽게되었다. 업력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기업 문화에 대해 내/외부에서 큰 지지를 받는 회사이자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그전에 선행 학습(?) 겸 보게 되었다.
HR담당자로서 규정 좀 만져 본(?) 입장에서 책을 본 후 크게 충격과 영감을 받기도 했고, 막연하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내 생각을 <규칙 없음>을 통해서 정리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에서는 뛰어난 인재 1명이 평범한 10명보다 낫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람이 뛰어난 인재인지 말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그 스타트업의 대표 역시 이에 공감을 받아 본인도 인재 밀도를 높이고,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 전략으로 이전 창업 때 실패했었던 것과는 달리 스타트업으로써 다음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와의 대화에서 <규칙 없음>을 읽었을 때와 동일한 위화감을 살짝 느꼈다.
그는 회사가 정의한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검증하고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구성된 인재 밀도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본인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더 업무적, 인간적으로 관심이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인재를 채용해서 밀도를 높이는 것 앞에 회사가 문화적, 기술적, 물리적으로 인재가 인재로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 조건이고, 이 환경이 인재 밀도를 높이는 바탕이자 인재가 찾아오게 하는 브랜딩이 되게 한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포커스만 조금 다를 뿐 같은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다만 대화에서 나는 그가 회사의 컬처핏 맞고 높은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절차를 통해 검증하고 통과한다면 '인재'라는 타이틀을 부여받는, 일종의 불변하고 고정적인 가치를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카드 수집형 게임에서 각 카드가 Uncommon에서 common, rare, legendary의 등급으로 나누어진다거나 B, A, S, SSS 등급의 카드가 따로 나뉘어 있어서 고등급의 카드는 낮은 등급의 카드 대비 항상 능력치가 좋고 더 나은 결과를 내는 카드처럼 말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높은 기대와 평가를 받기도 하고, 형편없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인재일까 아닐까?
정답은 '인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고정적인 가치를 갖는다면 수 많은 경쟁을 뚫고 입사한 이 회사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을 경우 채용과정과 절차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게 아니라면 평가가 잘못되었거나 내가 인재라는 타이틀을 받지 못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고정적인 가치를 갖는 존재가 아니라면 '가능성'과 '변화'를 통해 나를 조율하고 인재로 '유지' 될 수 있다. 마치 악기처럼.
나는 HR을 담당했고 현재는 구직자이다. 다양한 회사에 합격도 됐다가 서류 광탈도 됐다가 구직 시장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한 편으로는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도 했었다.
구직 활동을 하면서 내 두 가지 고민은 회사가 정한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과 입사하게 되면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할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규칙 없음>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나는 인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가 스스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언제든 인재로 유지 될 수 있다.'와 HR담당자로서 내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일을 하고 싶은지다.
그래서 나는 내 조율 과정으로 영어 회화를 다시 공부하고 있고, 부족했던 HR 관련 공부도 서적과 강의를 듣고 있는다. 묵묵하게 내 과정을 거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 편으로는 HR담당자로서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정의한 '인재'가 자기도 모르게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고, 기대에 미치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일 때면 '채용 실패'라든가 '검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유연한 사고를 하는 HR담당자가 되려고 한다.
ps. 끝으로 <규칙 없음>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이 글의 주제와 별개로 자율과 책임이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키는 전략이 되는지 잘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