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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Oct 12. 2023

그건 당신의 기준 아닙니까?

기준타령



 무슨 일이든 '기준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맞는 말이지만,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철저한 내 주관이므로 참고만 하길. 

 쉽게 말하자며 기준은 '법'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목록에 가깝다. 이것을 보충해 주는 것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실천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1)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하고 2)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 또는 신념이 '기준'인 것 같다. 기억할 것은 1)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엄격한 가정환경은 아니지만 '기준'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듣고 자랐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엔. 앞에서 말한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하고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들었던 것 같다. 

 이런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파괴되는 순간, 기준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 있다. 몇 마디의 말로 한 순간에 의미가 없어진다. 바로, "왜 그렇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던질 때다. 여기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금부터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생각하고 판단하는 건 여러분의 자유. 비판하는 것도 자유. 내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A: 나 아이폰 쓰고 싶은데. 성능도 아이폰이 좋고. 

B: 아이폰 비싸지 않아? 그냥 삼성폰 써.

A: 바꿔야겠다.

B: 그냥 '우리나라에서 만든 거' 써. 뭐 하러 외국제품을 써.


 여기서 B의 기준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거 아니면 쓰면 안 된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지 말고 삼성폰을 쓰라"는 주장이다. 이런 말을 들은 A의 머릿속은 '지금 네가 차고 있는 시계도 미국 브랜드인데?'라는 반문으로 가득 찬다. 


A: (다리 떠는 중)

B: 다리 떨지 마, 정신 사나워. 복 나가.

A:?


 너무 심하게 다리를 떨고 있다면 말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내뱉은 기준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준이 있고, 저마다의 기준을 설파한다. 그러나 그 기준에는 분명한 근거와 사실, 또는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기준이 아닌 하나의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준이라고 하는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에게는 흔히 이런 평이 쏟아진다. 내가 그 대상이었으니까(물론, 아무 때나 질문하지 않는다). 

 기준이면 '그냥 그런 건데', 왜 따지려고 하냐.

 기준이라고 하니까, 그냥 그대로 순종해야 하는 거야. 

 법이 있으면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야.





 나는 '기준'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개인의 주장'이 '절대화'가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기준, 아니 기준이라고 포장된 주장은 오로지 자기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모두에게 완벽하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이 세상에 그런 기준 또한 없다. 

 "이게 기준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며 '쟤, 왜 저럴까' 생각한다. "이게 기준이야"라고 말할 필요 없이, 자기가 그 기준대로 살아가면 될 것을. 무엇하러 말하는 걸까. 

 지긋지긋한 기준 타령에서 벗어나고 싶다. 오해 마시길,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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