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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Mar 29. 2024

深 : 질서

1.     


 인생은 아이러니함이다. 인(人), 존재는 아름답지만 생(生), 호흡은 고통스럽다. 생명의 탄생을 마주하면, 그 기이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그 생명이 앞으로 살아갈 날은 고통과 상처로 점철된다. “그 후에 욥이 입을 열어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니라. 욥이 말을 내어 가로되. 나의 난 날이 멸망하였었더라면, 남아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더라면.1)”

 인생은 극단적이다. 양극단화라는 사회적 현상 앞에, 이분법적 태도를 가진 사람 혹은 집단 앞에 답답함을 느낀다. 동시에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보며, ‘잘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본다. “가치를 지닌 모든 영혼은 삶을 극단까지 몰고 가기를 원한다. … 삶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는 것은 최대치에 이르도록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고귀한 영혼을 가진 자라면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극단적인 점유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살기, 오디세우스와 같은 방랑자가 되어 모든 체험 가능한 감각을 통해서 살기, 그리고 외면화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통하여 살기.2)

 인생은 행복을 중심으로 한다. 행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자기가 행복하면 될 뿐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의 아득히 먼 안쪽에 깊이깊이 숨겨져 있는 행복의 비밀 가장 안쪽에도 역시 불안이, 다시 말해 절망이 깃들어 있다. 절망이 가장 즐겁게 둥지를 트는 장소는 바로 그런 곳, 행복의 한가운데이다.3)” 행복이란 무엇인가? 왜, 행복해야 하는가? 왜, 행복하려고 하는가?        


  

2.     


 세상을 보는 안목, 개인의 편향을 소거할 수 있는 필력, 오해의 소지가 없는 명쾌한 전달력이 내게 있는가. 이것을 소유하기 위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작년에 이런 글을 썼다. “문제는, 틀림으로 찾아온 다름을 옳음이라 여기는 것이다. 틀림은 다름이 아니라, 그냥 잘못된 것이다. 틀림과 다름의 한 끗 차이, 아니 다름이라는 좋은 소리로 찾아오는 다름을 목격한다.” 이 사고가 전복됐다. 문제는 옳음으로 찾아온 틀림이 다름을 정죄하는 것이다. 옳음은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한다. 틀림과 다름의 한 끗 차이, 아니 옳음이라는 좋은 소리로 찾아오는 틀림을 목격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러한 태도는 (내게는) 신기함으로 나타났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르다고 생각하니, ‘궁금’해졌다. 모르면 모를수록 궁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알지도 못하면서 왜, 틀렸다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가.          



3.      


 창조의 과정 가운데 혼돈을 지났다. 질서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편히 숨 쉬고 싶어서 혼돈을 풀어냈다. 질서를 찾고 싶었다. 질서와 복종은 동의어가 절대 아니다. 질서는 순서를 지키는 것, 더 넓게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존재의 일탈, 혼돈은 시간의 일탈, 공간의 일탈에서 기인한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추상적으로 풀이되었기에 순서가 뒤바뀔 수밖에 없었다. 나의 경험은 경험의 위치에, 사고는 사고의 위치에, 감정은 감정의 위치에, 시간은 시간의 위치에, 순서에 맞게 자리하는 것이 질서다. 그 무엇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각기 순서에 따른 위치가 있다. 그 순서를 읽지 못하고 위치(자격)를 부정하고 박탈했기에 고통이 찾아왔다. 질서 안에서 영향을 주는 것은 좋지만, 자리를 이탈하여 영향을 주는 것은 폭력이다.






1) 욥기 3장 1절~3절

2) 페르난두 페소아, 배수아 옮김,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p.230.

3) 키에르케고르, 박병덕 옮김, 『죽음에 이르는 병』, 비전북, 2012,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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