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자 하는 것

by 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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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게 뭘까?


4시간 뒤 약속. 설거지를 하며 짜증이 났다. 뭔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느낌 때문일까? 글도 써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미용실 예약과 등본을 떼야하고.. 내가 해야 되는 일들이 쌓여있는데 왜 설거지 따위를 하며 보내야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짜증 나게 한 것이 없는데, 그냥 나 혼자 갑자기 의미부여를 시작하며 없던 짜증을 만들어냈다. 만들어낸 게 맞을까? 내 안에 있는 짜증을 부른 게 아닐까?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면, 글을 쓰거나 예산을 정리하거나 무엇을 하려면 트리거가 필요했다. 시작을 알리는 그런 행위랄까. 그것이 평소에 그랬듯, 앞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커피와 함께 무엇을 하는 것. 그러려면 밖을 나가야 하고, 밖은 덥고, 어차피 약속 때문에 나가야 하는 거 지금 씻을까? 씻기 귀찮은데? 이런 생각들이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은 설거지를 하는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오늘 하루를 망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예전에 베트남 다녀왔을 때 사온 커피가 생각났다. 그 커피를 만들어 먹는다면, 밖으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고 또 나중에 씻어도 되고 바로 책상에 앉을 수 있다. 이 생각이 듦과 동시에, 기분이 나아졌다. 하루에 희망이 생긴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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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가 나의 취미가 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 알바생은 줄이고 줄이는데, 영화 한 두 편이 인기가 생겨 일은 늘어났다. 그렇게 기존에 있는 사람들이 갈려나간다. 그런 알바를 저녁에 가야 한다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그럴 때 글을 쓰거나 나에게 맞는 책을 읽으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일을 가고 싶어진다. 왜냐면 글을 쓰고 책을 읽으니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잘 살아가려면, 가기 싫고 힘든 아르바이트도 가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아니 어쩌면 즐겨야 한다. 흘려보내야 한다. 그 시간을 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잘 살아가기 위해 일을 간다. 그게 나에게 있어서 책과 글쓰기가 주는 재미다.


설거지를 하는 것은 깨끗하게 정리하며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건, 나의 언어세계를 넓히고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며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처럼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잘 살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기분이 나빠졌다.

잘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움직인다면 기분이 좋아졌다.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그냥 혼자 생각정리할까? 휴대폰을 바꿀까 말까?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할까 말까? 학교를 그대로 다닐까? 일단 일을 경험해 보며 결정해도 늦지 않을까? 별로 나가지도 않는 커피 값을 줄일까 말까? 더러워 보이는 집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청소를 할까? 지금 씻을까? 나중에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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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함이 느껴질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화가 나고 억울하고 이가 갈릴 때. 그럴 때 나는 외치기로 했다.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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