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전문가

by 앤틱

1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



오랜만에 미루고 미루던 청소를 했다. 2시간이 소요됐다. 끝내고 나서 마음이 너무 개운했다. 밖을 나서지 않는 이상 집이 더러운 상태를 계속 봐야 한다. 집안이 더럽고, 내가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청소를 하거나. 나는 집안이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매일매일 더러운 집안을 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집이 더러워서 내 마음이 힘들었던 것일까, 내 마음이 힘들어서 집안이 더러워진 걸까? 어쨌든 분명한 건 매일 더러운 집이 신경 쓰였고 불편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 불편함을 무시했다. 나는 무시했지만, 내 몸은 무시하지 못했나 보다. 안 그래도 피곤하고 힘든 일상에, 집이 더럽다는 사실은 더욱 나를 피곤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내 마음을 청소하지 못했다.


불편한 것을 미루면, 나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나는 방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방에서 잠을 자고, 폰을 만지고,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고 옷을 입고.. 많은 활동을 한다. 그 불편함은 행동 하나하나에 스며들었다. 정말 짧게 매일매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그 불편함을 마주하면 될 텐데, 마주하고 나면 정말 개운하고 희망찬 느낌이 드는 건 분명한데 그것이 정말 어려웠다.


앞으로 나의 마음이 힘들고 지칠수록, 일상 곳곳에 있는 불편함을 찾아내서 해치워야겠다. 집을 청소하고, 방구조를 바꾸고, 집안용품을 구매하고, 머리를 자르고, 밖에 나가 뛰고, 운동을 하고.. 몸이 힘들수록 마음을 정리하고, 마음이 힘들수록 몸과 환경을 정리하자.


2 말 한마디, 말투



알바를 하며 느끼는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말과 말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더러운 말투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을 빼는지 말이다. 더러운 말과 말투는, 상대와 함께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괜한 자존심, 배려심 없는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은 신경 쓰지 못한다.


누군가를 긁는다면, 나도 긁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모진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나 자신을 위한 거고, 이기적인 마음이다. 하지만 이 이기적인 마음이 나와 너를 둘 다 좋게 만든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고,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괜히 성질을 내는 사람들을 보며 화도 나지만 이내 용서한다. 왜냐하면 미래에 나도 그럴 수 있고, 과거에 나도 그랬을 수도 있으니까.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를 위해 용서한다.


3 나의 욕망, 나 자신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모른다. 그게 정말 어렵다. 매일 생각하고 상상하는데 막상 나는 나의 전문가가 아니다. 후회하고, 잘못된 길을 택한 것 같을 때의 시작점은 다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니, 여러 가지 핑계로 나와의 대화를 미룬 탓이다.


나의 욕망들 들여다봐야 한다. 타인에 기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정말 나의 욕망.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이러한 에세이 글 말이다. 평소에 생각이 많기 때문에 그냥 이러한 생각, 성찰, 통찰을 쓰고 나누고 싶다. 그러한 나의 욕망을 무시하고 나는 웹소설 작가의 길로 나아가려고 했었다. 웹소설은 잘 읽지도 않을뿐더러, 즐겁지도 않은데 말이다. 나의 욕망에, 돈을 벌고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타인의 시선이 침투된 까닭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센 욕망은, 사소한 것들에서 돈 걱정을 줄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일을 해야 했다. 운이 좋게도, 다음 주부터 일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욕망들을 알아가고, 해결할 생각이다.


돈 걱정 없이 사랑하는 이와 데이트하고, 소소한 음식과 선물을 하고 싶다. 내 공간을 가꾸고 싶다. 저렴한 가구들이라도, 구매해서 활용하고 싶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또 주말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수익과 결과 따위는 상관없이 재미있는 소설도 써보고 싶다. 물론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면 좋겠지만.


일을 잘 해낼지 모르겠다. 알바에서 사회경험을 맛보긴 했지만, 아마 전혀 다른 분야일 것이다. 물론, 나의 태도는 엄청나게 도움 될 거다. 그럼에도 엄청난 어려움과 힘듦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은 나의 에세이 글에 도움이 되겠지.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쓸 수 있게 하겠지. 어려움과 힘듦의 존재를 인정하되, 나를 스스로 저평가하진 말자. 어디서든 잘해왔다. 근거가 있다.


4 내 만족



예전보다는 타인의 시선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싶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데, 정말 쓸데없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맞을까?


머리를 감지 않으면, 잠옷 바람이면 밖을 나가지 못하던 내가, 머리를 감지 않고 모자를 쓰고 잠옷바람으로 밖을 나선다. 예전보다 부끄럽지 않다. 타인의 신경을 덜 쓰니까.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욕망이 있는지 모른 채 타인의 욕망과 시선으로 자기의 욕망이라며 착각하고 채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들로 기대고, 떠받들고, 희망을 가지며 산다. 나 자신은 버려두고 말이다. 얼마나 비참한가? 미루고 싶겠지만 나의 욕망을 알자. 나 자신을 알자. 이해하자. 그것이 가장 힘들지만, 그것은 가장 즐겁다. 나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정말 재밌다. 게임 같다. 내가 게임을 멀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게임보다 더 재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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