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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해바라기 소년에게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의 아들에게...
by
최명진
Jul 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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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소년, 안녕~~!!!
해바라기를 너무 좋아하는 널 위해 주말농장에 해바라기를 심었던
그때가 언제였지?
벌써 8년,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엄마와 눈맞춤을 간절히 원했지만 넌 엄마와의 눈맞춤보다
꽃과의 눈맞춤을 좋아했지.
어떻게 하면 울 아들과 눈맞춤을 하고 소통을 할까 고민하다가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심기로 결심을 했지.
씨앗을 파는 곳에서 씨앗을 사는 것부터 흙을 조몰조몰 만지며
씨를 심는 것까지 모두 네 손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지.
물론 지속적인 언어적 촉구와 모델링을 보이면서.
그리고 네 사랑을 듬뿍 받은 해바라기씨는 어여쁜 꽃을 피우게 되었지.
마치 엄마의 소망이 이뤄진듯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지금도 해바라기를 보면 그때의 뭉클했던 감동이 몽글몽글 올라오곤 한단다.
울 아들이 가꾼 주말농장의 해바라기~!!!
문득 꽃을 좋아해 쪼르르 달려가 꽃을 꺾던 네 모습이 오버랩 되는구나.
꽃을 보고 좋아하는 너를 보며 엄마는 너를 대신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곤 했지.
꺾지 않고 보면 더 좋으련만 순간에 네 손에 꺾인 꽃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미안한 마음에 엄마가 썼던 시가 떠오르는구나.
꽃님께 사죄함
진달래, 민들레, 개나리, 할미꽃, 냉이꽃님!
미안해요.
나의 아들이 당신을 좋아해
꺾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말 못하는 아들을 위해
말 못하는 당신을 괴롭혔습니다.
미안해요.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실 때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 주시기로 했다면
그게 바로 나의 아들인가봅니다.
당신의 그 헌신으로
나의 아들이 사랑을 알고 표현하는 날,
나의 아들은 당신을 힘껏 사랑하리라
믿고 또 믿습니다.
돌아오는 길,
아들은 또 당신들 곁을 그냥
스치지 않습니다.
꺾지만 너무 예쁘게 보듬는 모습이
아름다워
난 눈을 감아버립니다.
꽃님!
정말 죄송해요.
나의 아들이 당신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있기를
당신이 꺾인 자리에
기원하고 돌아옵니다.
꽃님~
너무도 아름다운 날입니다.
당신은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아들은 당신을 향해 다가갑니다.
당신을 향해 다가가듯
아들이 세상을 향해
다가갈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꽃님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또 다른 재회를 꿈꿉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의 사랑을 표현할 대상이
당신인 것에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또 만나요.
2005. 4. 15 언어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썼던 일기 중.
눈물이 핑 돈다, 아들아.
십여 년이 훌쩍 지나가버렸구나.
엄마의 넋두리는 엄마를 변화시켰고 넌 엄마보다 훨씬 큰 청년이 되었구나.
여전히 엄마는 너를 해바라기 하고 있고
넌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내게 보내고 있구나.
엄마가 더 열심히 즐겁고 치열하게 살아야겠구나.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는 그날까지....
너의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그날까지....
초등 5학년 때 주말농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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