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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몸으로 체험하고 느낌을 말하다.
-사회적응을 위한 기본.... 몸으로 체험하기
by
최명진
Jul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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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위대한 스승이 있다.
그 많은 스승님을 뒤로 하고 내가 첫째로 꼽는 스승은 단연 내 아들이다.
아들은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깊게 믿었던 것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고 때론 그것들이 그러지 못함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내가 단 한 번도 질문을 갖지 않고 의문시하지 않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내게 가장 큰 화두로 다가올 때 나는 어찌 할 것인가?
이젠 느낌으로만 남아있는 소설 하나가 떠오른다.
대학 1학년 때 과제를 위해 만났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그 책은 소심한 삶을 살면서 물음표 하나 허투루 던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내게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내 신뢰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완전히 부정이 될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책을 만난 지 너무 오래 되어 제목과 그때의 강렬함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지만
가끔 아들을 통해 만나는 불합리를 보면서 난 그 소설을 떠올리곤 한다.
장애를 몰랐던 때는 내가 열심히 아이에게 가르치면 모든 것이 될 줄 알았다.
일등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소통이 어려우리라는 것은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을 내게 떡하니 안겼다.
그것도 온몸으로 저항하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내가 손해보고 말지'라고 생각하며 지금 껏의 삶을 살아왔던 내게
역으로 묻고 궁금해서 물음표를 다는 일이 많은 아지매로 만들어버렸다.
대단한 스승이 아닌가?
강압적 입력이 아니라 자발적 물음표를 달게 한 나의 위대한 스승이여...!!!
인지가 어려운 아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가 내게 커다란 과제였다.
무조건 반복도 아니다.
녀석이 거부하면 입력은 오히리 역반응으로 튀어 더 어려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아들이 내게 자발성을 선물했다면 이번엔 내가 아들에게 자발성을 선물할 차례였다.
인지로 어렵다면 몸으로 직접 체험하여 얻을 수 있는 기능적 교육으로 접근하자...
뜨거운 것을 말로 책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뜨거운 주전자를 만지려고 할 때 사전 예고하고 그래도 만져보고프면 살짝
느낄 수 있는 대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조심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아들과 그렇게 나는 낭월동의 산내마을에 갔었다.
청주의 수암골을 통해 알게 된 벽화마을에 대한 호기심이 대동의 하늘공원 일원을
만나게 해주었고, 같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또 다른 동네인 산내벽화마을(?)을
연계해 주었다.
이렇게 푹푹 찌는 날엔 집에만 있어도 무리인데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들과 걸으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낌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산내주공아파트에서 내리면 될 것 같다는 누군가의 글만 믿고 갔다가 첫판부터
난제를 만났다. 아무리 봐도 벽화를 만날 수 없었던 거다.
꼭 거쳐야 하는 코스는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 두 발로 걸어 찾아보고, 그도 안 되면 주변에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
물론 이 둘은 실패를 했다.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갈 것을 주장하면서도
엄마에게 들은 '벽화마을'을 읊조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몇 분께 여쭸지만 이곳에 그런 것이 있냐고 반문을 하셨다.
더위도 식힐 겸 길 옆 커피숍에 들어갔다. 아들은 팥빙수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인에게 물으니 오투그란떼 주변을 말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더위를 식힌 우리는 그렇게 주인의 조언과 검색을 통해 드디어 소박하지만 그토록
대면하고팠던 벽화 몇몇을 만날 수 있었다.
벽화는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의 산내행은 만족이었다.
같은 대전이라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아들과 나란히 걸으면서 벽화를 찾고,
주변분들에게 물어보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며 그냥 삶의 터를 조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가는 길에 만난 몇몇 어르신들의 난전에서 난 싱싱한 호박잎과
대파를 구입할 수 있었다.
무의식 중에 오천 원짜리를 내고 그냥 돌아선 나를 목청껏 불러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시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들에게 딴지를 거는 어르신을 놀라 바라보는 내게 원래 그런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그 분들은 이미 충분히 서로를 알고 수용한 채 더불어 살아가고 계셨다.
벽화마을이 어디냐고 묻는 나와 아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이곳에 그런 곳이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시던 어르신들,
더위로 짜증이 난 아들의 상동행동에도 잘 생겼다며 칭찬으로 수용을 하시던
커피숍 주인,
그런 것 보러 이 더운 날에 이곳에 왔냐며 신기해하시던 아저씨,
젊은 사람이 돈을 잘 챙겨야 한다며 가장 큰 호박잎 묶음을 주셨던 난전의 할머니,
이 곳분은 아니지만 벽화마을이란 말에 흥미를 보이며 두리번 주변을 살피셨던 아저씨...
세월의 나이를 몸으로 보여주며 스러져 가는 벽돌담과 슬레이트 지붕, 녹슨 철문...
아들에게 함께 본 것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옥수수 좋아하는 아들에게 실하게 매달린 옥수수를 보여주고,
개를 무서워하는 아들에게 벽화 속의 사랑스러운 개를 보여주고,
더위로 지쳤지만 엄마가 장 본 것을 직접 들어줄 수 있는 매너를 체험하게 하고...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릴 것은 없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분꽃을 어여쁘게 담고 돌아선 엄마의 일정을 이미 터득한 아들의 한 마디,
"엄마, 이제 집에 갈 시간이에요."
난 그렇게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당.ㅋㅋㅋ
그곳에서 구입한 것들....맛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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