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바보 딸의 사부곡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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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_080202.jpg 아버지의 화단에 핀 가을 장미~!!!!



내겐 유독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

그 손가락의 통증 때문에

다른 아픔을 잊고 산다.

그 손가락 때문에

내 삶은 변했고

그 삶을 나름 사랑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자식의 아픈 손가락 때문에

당신의 손가락은 더욱더 아픈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냥 내 손가락 아프니

내 앞에서 더 아픈 표정 짓지 않기를

바라고 지났는지 모른다.

바보~~

바보다... 난...

내 아픈 손가락으로 인해

아버지의 손가락이

곪고 있음을 잊었다.

아프다 소리도 못하고

마음 끙끙 앓고 있는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을 난 잊고 있었다.

아버진

지금도 내게 아픈 표정을 보이지 않으신다.

다만

함께 사는 엄마로부터

아버지가 그 아픈 손가락 때문에

한숨 짓고,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말을 들을 뿐...

아버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픈 손가락인 나를 위해

방아를 찧고,

바리바리 내게 줄 것을 싸주신다.

그냥 내가 챙기겠다고 해도

아픈 몸 이끌며 자꾸 먼저 챙기신다.

애정 표현이 서툰 아버지가

자꾸 먼저 챙기신다.

하나라도 빠질까 봐...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을

확인하던 날...

난 아프기 시작했다.

아픈 표시 안 하고, 당당히 살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열심히 살았는데...

난 울지도 못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지금처럼만 살면 된다...'

는 아버지의 짧은 말씀에도

울지도 못하고 머리가 아파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집에 돌아와서야...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그 손가락을 완치시켜 드리지 못함을 안다.

그 통증을 줄이고

그 통증을 함께하며

그 통증 속에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게 최선임을 안다.

오늘 아침도

아버지는 다른 날처럼

이 아픈 손가락 때문에

한숨을 지으며 시작하셨을까?

아직

낫지 않은 두통은

이 아침에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을 떠올린다.

마냥

씩씩한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앞에 무너지는 내 모습...

난 그렇게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나의 아픈 손가락은

옆에서 아무 일 없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나의 아픈 손가락으로 인해

아버지의 손가락이 아플 수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딸 자식의 짧은 머리를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시던 아버지를

딸 자식의 아픈 손가락 때문에 아파함을

맘껏 표현하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난 내 아픈 손가락 핑계를 대며

외면하고 잊었었다...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나의 아픈 손가락...

사랑이 아니면 아프지 않으리라.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사랑과 감사로

그 통증을 감해주고 싶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이 된

못난 딸이 아버지께 다짐드려요.

더 이상 아버지의 손가락이 아프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게요...

내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시는 아버지....

죄송하고 사랑하고요...

아버지 한 번

꼭 안아드리는 것도 못하는 못난 딸이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생각에

바보처럼 숨어서 눈물을 흘리네요.

이심전심일까요...

아버지께서 전해주신 사랑에

감사드려요....

사랑해요...

나의 아버지.....!!!






2010.11.24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인 딸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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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_074533.jpg 아버지의 사랑으로 주렁주렁 열린 으름~~~!!(으름 좋아하하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다.)



****장애아동복지예산 확대를 위해 삭발을 한 딸의 머리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작은 몸짓이라도 해야 했고,

그런 딸의 모습을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지켜보는 부모님이 계셨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누군가의 외침은,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란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뛴다.


장애 자식을 키우며 양육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이 얼마나 척박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리는 일은

아들의 교육만큼이나 중요함을 경험으로 배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만나는 사회가

이들과 함께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세상은 여전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 안에서 제외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


난 여전히 여리고 눈물 많은 이 땅의 한 명의 엄마에 불과하다.

그 엄마가 독한 엄마가 아니라 사랑을 듬뿍 담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함께 나아갈 세상을 향해 믿음과 사랑으로 함께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이 땅엔 독한 엄마, 강한 엄마가 아닌

사랑 충만함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충분히 좋은 '소셜맘'이 된다면

나는 내 본연의 충분히 좋은 엄마로 회귀할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주어진 내 하루를 연다.


2015. 9. 30 해바라기 엄마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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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의 빨래집게마저도 내 마음을 흔들어놓곤 한다.... 고마우신 나의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