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재능을 발견하다...

-언어보다 그림이 빨랐던 아이(초등 입학 이전 그림들)

by 최명진
20130516_082326.jpg 2003년 12월 7일 (5살 때)




아들은 어려서부터 여로모로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성장발달 단계를 건너뛰지는 않았으나 영어에 먼저 반응을 보였고,

어느 순간 읽기도 했었다. 두 돌 즈음이었나...

천재인 줄 알았다... 사실 그땐 그냥 신기하기만 했다.

절대 가능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고 작은 손으로 주로 하는 일은 책장을 넘기는 일.

특히 영어사전이나 한자사전처럼 얇은 종이를 넘기는 일을 좋아했다.

손으로 넘기며 까르르 기쁘게 웃기도 했다.

요리책도 무척 좋아해서 꽂아 놓으면 꺼내서 다시 보곤 했다.

녀석의 어린 시절 좋아하는 것을 들라고 하면 단연 책과 비디오였던 것 같다.


그러던 녀석이 형이 하는 일일학습지 아이템플을 보면서

곧잘 그림에 반응을 했고, 엉성하지만 글을 그림처럼 써대곤 했다.

형의 학습지가 오면 자신이 더 반기며 오리고 스티커를 떼어 붙이곤 했다.

그런 녀석이 그림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5세 때였다.

그 전에도 그림과 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그림으로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어린이집에서 배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형태가 가능했고,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이 5살 때 그린 그림이다. 순간에 휘익~~~!!!

아, 아들은 그림에 관심이 있구나.

가능한 것으로 아들과 소통을 해야겠구나.

그 뒤로 나는 아들이 충분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면지, 신문지 등을

최대한 모아서 비축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아주 순간에 휘리릭 그림을 그렸고,

하루면 수북이 쌓일 정도의 그림을 그려대곤 했었다.



20130516_081203.jpg '행복해요'란 글에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니...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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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6_081959.jpg 책에서 본 것일까? 거침없이 아들은 이렇게 그렸다...!!!


아들이 얼마나 인지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들의 강점과,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강점을 활용해

단어를 써주고 그림으로 표현하는지를 봤다.

영어 단어를 써주고(영어도 읽을 줄 알았다...!!)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신기하게도 아들 녀석은 그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을 했다.

인지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희망이었으며 또한 절망이었다.

알면서도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아이였으니까...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을 하고 여백을 줬다.

역시나 표현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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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6_082211.jpg 2004년 여섯살 때 그림



다섯 살부터 다닌 어린이집.

시골에선 장애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특수전담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형이 다니는 일반 어린이집에 좋은 인연으로 다니게 되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선생님들은 좌충우돌하면서

아들과 열심히 적응을 해나가고 계셨다.

그리고 아들은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름을 쓰면서 너무 행복해했다.

자폐라고 해도 사람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열심히 그린 대상이 가족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여자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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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유난히 관심을 보였던 또 다른 대상이 바로 꽃이었다.

꽃만 보면 아들은 축지법을 이용해 이동하곤 했다.

덕분에 난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목표물을 향해

달리는 아이.

늘 나는 아들과 나서면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난 희망이 생겼다.

아들은 상호작용이 어렵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있었고

그것을 간단하게나마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말이 안되면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자....

난 그렇게 울 아들의 그림세계로 빠져들었다...